거미 - 편지, 1578년.

2020. 4. 9.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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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맑은 하늘과 바람이 부는 어느 봄 날에, 당시 네덜란드 독립 전쟁이 막 끝난 후에. 기갈이 영육간의 피폐를 고조시킬 때에.

    당시 마가렛으로 불린 그는 1575년 그 나라 북부 지역에 건립된 레이덴 대학교에 연이 닿을 수 있었다. 그 학교는 당초 레이든 시민들에게 선물로 주어진 것이었다. 거기에 마가렛이 엮이게 된 것 뿐이다.

    마가렛은 다른 사람이 보기에 무척이나 이색적인 용모였기 때문에 다른 누구의 눈에도 띄고 싶지 않았다. 배움의 나라. 아이들을 교육하는 일에 열심인 나라. 호기심은 그들의 기본 소양이었다.

    

    마가렛에 대한 그 호기심을 가진 어린 사람 중에, 그도 있었다. 

 

 



        친애 하는 샤를로트.



        단 하나를 향한 지나친 호기심은 좋지 않아요. 그대의 이전 세대가 하는 일들이 큰 방해를 받을 수도 있답니다. 그들에게 당신은 이단이 될 수 있거든요.
        그리고 당신은 그정도의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당신은 어느 누구와도 다를바 없이 끈질기더군요. 그런 끈덕짐을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켜 학문에 매진하길 바라요. 아주 이탈 하려면, 도처에 놓인 신선한 것들을 파고들기 시작하는 거죠. 그런 방법으로 이탈 하라는 뜻이랍니다.

        그렇게 하다보면 언젠가 당신의 눈에 비춰지겠죠.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를.
      아니면, 내가 너무 무엄한가요?


        
        아니, 이런 얘기를 하기에 당신은 아직 좀 어린 편일지도 모르겠어요. 이 편지가 다른 이들에게 보여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하는 말인데, 나는 당신이 조금 더 마음 편하게 놀았으면 한답니다. 그럴수만 있다면 당신의 호기심은 지나친 호기심으로 불리거나 할 일이 없는데 말이죠.

        새로운 자유란, 어쩌면 새로 교체 되는 자유라고 불리어야 할지도 모르죠. 인간이 추구하는 자유란 의외로 큰 원을 돌며 제자리로 돌아오는 유행과 별반 다를 바 없답니다. 당신이 느끼는 틀 아니 규율도, 당신이 추구하는 자유도, 이미 한바퀴 이전에 누군가가 원하던 것이었고, 해결된 것이었으며, 또다시 문제시 되어 돌아온 것에 지나지 않죠.

        하지만, 그것이 당신의 지금과 무슨 상관이 있겠어요.

        숨바꼭질 좋아하나요? 관찰력을 훈련할 수 있는 좋은 놀이가 될 거예요.

        가련한 영혼. 이 편지를 읽다가 그 생기 넘치는 눈동자로 나를 찾으려고 두리번 거리고 있을 당신을 위해 특별히 내가 있는 곳을 알려주는 힌트를 남겨드릴게요.


        샤를로트. 천장에 어떤 그림자가 움직인다면 소리 치며 도망치지는 말아요. 꾹 참아낸다면 같이 공부하게 해 줄게요.







       1578. 5. 2. 
       스핀 마가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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