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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 4/4의 밤 - 대치 표현 ○○숨김 인물 a, b, c...는 이니셜이 아님 본래 일기에서 조정하거나 추가 - 1. 예전에 (오래전) 나온 적 있는, ○○처럼 복잡한 골목길을 가진 시장터에서 ○○○아주머니와 어머니와 내가 있었다. 어머니를 찾으려고 전화를 걸자마자 길 맞은편에서 만난 것. 우리는 자동차를 타고 출발했다. 얼마 안 있어 시장터는 온데간데 사라지고, 어떤 도시의 호텔 로비 같은 곳이 나타났다. 우리는 그리로 들어갔다. 떡볶이를 먹기로 하고 출발한 것이었는데, 정작 나는 거기서 수완 좋은 어떤 사장님을 만나 인사하고 있었다. 사장(왜 사장님이라고 알고 있지)님은, 내게 말을 건넬 때마다 '와 이 분 다음에 또 찾아오고 싶게 만드는 좋은 대화 스킬을 가지고 계시네' 하고 감탄하게 만들..


2017.08.09 요즘 진척이 있습니까? -하고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끄러운 주변 소리와는 다른 공허한 머릿속이 와장창 깨지듯 정신이 돌아왔다.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물었다. "아, 저기, 죄송해요. 제가 말씀하신 걸 제대로 못 들어서." 아뇨, 제대로 들으셨어요. 들으신 대로 말씀하시면 됩니다. 그 말을 커피 홀짝이면서 말하더라. 내가 들은 거라고는 요즘 진척 있냐는 물음뿐이었는데, 들은 내용을 아무리 되새김 해 봐도 주어가 무엇인지 떠올릴 수 없었다. "글쎄요." 그렇군요,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은 말했다. 머리를 긁었다. 공허한 머릿속, 이라고 표현은 했다만. 사실 그런 머릿속은 오히려 공상으로 가득 찬 상태가 아닐까. 혼란스러운 머릿속이 대화의 흐름도 끊어놓고, 사회생활 아주 잘하고 있구나 나는..



2018년 2월부터 시작하여 2019년 2월까지 적었던 꿈 일기. (목요일마다)

ː 거미. 증발. 새벽에 잠을 깨는 일은 적지 않다. 그렇다고 익숙한 것도 아니다.오늘도 마찬가지겠다 싶어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아직 공기가 서늘한데도, 찬물이 마시고 싶었다. 이불 속에 파묻힌 채로 바닥에 누워있는 언니(호 : 아려(雅麗 품이 아름답고 고음) / 이름 : 라온)를 깨우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일어나 침대에서 내려왔다.부엌 천장의 형광등을 켜고, 살금살금 걸어 소리 나지 않게 컵을 들고, 물 따라 마시고. 깊은 폐부 속에 뭉친 차가운 숨을 조용히 몰아쉬고.그렇게 정신없이 일련의 행동들을 무의식적으로 해내고는, 지주는 그때서야 몽롱한 잠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오전 3시 2분.컵을 싱크대 상판에 점잖이 올려는 놓지만, 심기는 차분하게 돌아오지 않았다. 그저 몽롱한 기분으로 흔들거리며 걷..

거미 4 강물처럼 흐르던 세월을 따라, 지나간, 누군가의 말 한마디. "하루가 가고 밤이 오면" 문득 들은 노래 가사에, 가슴이 놀란 듯이 떨렸다. 이 기분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나를 초라하게 만들어도 기쁜, 어떤 거대한 것을 만났을 때 오는 두려움이 가져오는 감정이었다. 하루가 가고 밤이 오면. -그렇게 생각하기도 지쳐 잠들던 때가 과거에 얼마나 많았던가. 하루는 그러다가 문득 눈을 떴는데, 검푸른 새벽하늘이 검은 물결을 만들며 흐르는 걸 보고는 그 장엄함에 놀랄 때가 있었지. 처음에는 하늘이 꿈틀거리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건 뱀의 꿈틀거림이라기보다는, 깊고 거대한 바다 같은 움직임이었다. 무수히 빛나는 별이 흐르는 거대하고 끝없는 바다 위로, 나는 땅에 매달려 있는 기분이 들었다. 몸이 느끼는 날..

거미 3 나는 이전부터, 옆 집 남자에게 한가지 궁금한 점이 있다. 왜 내 팔이 그에게 보였고, 그는 어떤 이유로 내 팔을 잡을 수 있었을까. 보통이라면 그 누구도 눈치챌 수 없는 것이었을 터인데. 하긴, 그 사람을 보통이라 말하기엔 터무니 없이 낙천적이긴 했다. 낙천 속에 어떤 비범한 능력이라도 있었던 게지. 농담이지만. 그런데 이게 나를 여간 피곤하게 만드는 게 아니다. 나는 고민에 빠졌다. 그 고민에는 이유가 있다. 그가 참 좋은 사람이라는 것과는 별개로, 그는 나를 불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혹시 그에게는 내 눈들도 보이는 것일까. 이 의문이 언제부터인가 나를 걱정 속에 살게 하고 있다. 사실 그가 지금 내 눈의 존재들 -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내 나머지 6개의 눈들 - 을 눈치채고 있..

거 미 2 무릇 새벽은 피부가 곤두서게 서늘한 법이다. 얼굴을 스치는 냉기에 정신이 들었다. 잠이 들어있던 만큼 체온을 잃었으니, 이불 속으로 몸을 웅크리며 파고 들었다. 돌아다닐 사람도 없을 터인데, 누런 가로등 빛 아래에 무엇인가를 보기라도 했는지 멀찍이서 개가 짖는다. 그 소리가 밤하늘 아래, 건물들 사이로 울려 퍼졌다. 때때로 차가 지나가는 소리와 경쟁이라도 하는 듯 싶었다. 벽걸이 시계의, 공기를 저미는 소리만큼 거슬리지는 않았지만. 물을 마시고싶어 일어났다. 징그러운 팔들을 들어 기지개를 켰다. 등에서부터 손끝까지 뼈가 제자리를 찾는 듯한 소리가 났다. 배를 긁적이고는 자리에 일어나 냉장고 앞으로 걸어갔다. 아침이 되려면 아직 좀 더 고요해야 하나? 저 산 뒷쪽 깊숙이 해가 기어올라오고 있을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