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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레스 참조해서 그린 그림. 일곱명도 되지 않아 재키도 넣음 흑흑...


지주는 재키 인형을 좋아합니다. 잔뜩 사놓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요. 그래서 한 달에 한 개 이하로 구입하곤 합니다. 월급 들어왔을 때. 구입한 재키를 두는 작은 공간이 있습니다. 술병이 진열되면 예뻐 보일 그 유리장에 재키들이 앉아있습니다. 그 안을 재키의 별장으로 꾸며놓았습니다. 작은 테이블과 찻잔, 서재, 윗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 화분 등등. 지주는 재키와 함께 놉니다. 거미줄이 재키에게 힘을 주어 움직이게 도와줍니다. 잘 시간이 되면 때때로 퇴근 시켜줍니다. 재키는 재키의 침대에서 잡니다. 하지만 재키의 침대에서 자는 날보다, 지주의 침대에서 자는 날이 더 많습니다. 퇴근 아니잖아, 그럼. 지주는 재키가 너무 귀여웠습니다. +++ 재키를 접기도 합니다.

그 날 몸이 지쳐 있던게 문제였을까. 지주는 결국 다음날 일어나지 못했다. 머리가 지끈거렸고 몸이 바르르 떨릴 정도로 추웠기 때문이다. 테라타는 처음엔 병문안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지주의 심각한 상태를 보고는 도저히 그냥 둘 수 없었다. 몸살이든 뭐든, 일단 병원을 끌고 갔다. 피를 한 바가지 쏟을 것처럼 기침을 해대는 지주는 테라타의 손을 잡고 그녀가 이끄는 대로 따라갔다. 주사를 맞고 약을 탔다. 의사가 뭐라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는데, 의식이 몽롱해서 자신이 지금 들은것인지 아닌지 조차 분별하기 힘들었다. 테라타는 초조한 기분만 엄습해 오는 것 같았다. 집에 돌아와서는 곧바로 지주의 옷들을 갈아입히고 그대로 침대에 뉘였다. 뜨겁고 습한 날숨을 몰아 쉬었다. 고통스러워 보이는 표정 속에서 가까스로..


깊이 생각하나이다, 향초로 몽롱해진 이 밤중에도. 새로 입은 카디건을 알아봐 준 건 미진 씨였다. 그는 반려동물에게 필요한 먹이나 물품을 판매하는 가게를 운영한다. 색이 바랜 듯한 느낌을 주는 낡은 스웨터로밖에 보이지 않아 어디 가벼운 편의점 같은 곳에 갈 때나 입으라면서 테라타가 멋대로 내 옷장에 집어넣고 가버린 옷인데, 그런 내막을 알지 못하는 미진 씨는 이 카디건이 내게 어울린다고 말했다. 어울린다는 말 자체는 기분 좋았다. 이 이야기를 테라타에게 해 주면 녀석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눈이 동그래지면서, '그 사람의 감각은 내 이해의 범주를 벗어나는데'라며 힐난할 테지. 그렇게 할 정도야? 그냥 조금 독특하다고 하면 되잖아. 처음 이곳은 그가 기르는 강아지 한 마리 외에는 동물이란 없는 펫숍이었다...


100 오래전에 거처로 사용했던 작은 오두막을 찾아갔다. 지금 있는 집에서 약 100km 이상 떨어진 곳에 있는 이 곳은 산모기도 많지만 고즈넉한 개울물이 흐르고 한적한 공기가 맑은 곳이다. 모처럼 이곳을 들르기로 한 이유는, 지금도 확실치 않았다. 명확하게 정한 바도 없었다. 목적성 있는 여행 같은 것이 아니었다. 다른 것들을 일단 뒤로 미뤄두고 떠나는 종류의 이동이었다. 일단 떠나고 보는. 잠깐의 피신 정도. 무엇으로부터 피신을 하는 것인지, 그것이 명확하지 않아 뿌연 상황. 하필 왜 이곳을? 그저,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 여러 장소들 중에서 유독 이곳이 마음에 떠올랐다는 것만 인식하고 있다. 오랫동안 방치한 곳이 이 곳 한 곳만 있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그런 것도 아닌데. 허름한 빌라를 내게 주었던 ..


26,664 재즈와 같은, 카페에 어울릴법한 음악이 지주에게는 취향이 아니기 때문에, 평소 집에 있을 때에는 틀어놓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오늘 밤, 조용한 피아노와 차분한 기타 연주를 중심으로 음악을 골라 들으며 차 한잔 하기로 한 것은 평소에 비해 조금 특별하기도 하다. 밤 8시 22분. 깊어가는 별 하늘. 철컥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열렸다. 다녀왔어요, 외치는 케페 테라타. 작은 테이블 옆에 앉아 팔을 얹고 있던 지주는 점잖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체격 좋은 나방은 기분 좋게 활짝 웃어 보였다. 음악과는 참 어울리지 않는, 신나는 표정. "언니 언니. 가게에서 나 먹으라고 이거 줬어." 한 손에 들려있던 하얀 비닐봉지를 앞으로 내밀며 신나게 말했다. 신발을 아무렇게나 벗어던지고는 쿵쿵 걸..

26,304 거미와 나방은 머그를 들었다. 밤 1시를 훌쩍 넘겼다. 이 시간을 정확히, 또다시 맞이하게 되었다. "어디에서 어떤 거미줄을 쳤는지 기억 나, 언니?" "케페야. 그런 기억력이 없구나 내게는." "어디에서 날 붙잡았는지는 기억나, 언니?" "바보." 나방은 키득 웃었다. "그 날이 단 한 문장으로 정리되고 말 정도의 기억밖에 남지 않았어?" "그 한 문장에 그 하루를 바쳤나. 모르겠구나." 괜히 목을 축이는 거미가 점잖게 웃었다. +++ 26,400 이 기간은 특별한 시간이 많이 다가온다. 자주 달력을 보게 되는 것 같다. 모두들 그럴 것이다. 지주 또한 그러한 것처럼.


4/5 - 4/6 사이의 밤 - 대치 표현 ○○숨김 인물 a, b, c...는 이니셜이 아님 본래 일기에서 조정하거나 추가 - 1. 모임 성원이었는지 아니면 친한 사람들끼리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튼 여러 명이 모여 야외 수영장이 있는 어느 산 구석길로 향했다. 그 수영장은 규모가 꽤 큰 곳으로, 영화 촬영을 마침 하고 있었다. 원터 보드를 타는 신이었나보다. 물 위에 떠 있는 배우 등에 달린 막대가 수영장 반대편 끝까지 이어져 있었다. 배우는 멋진 표정으로 물 위를 좌 우로 이동했다. 그 장면을 구경주잉었는데, 아는 배우가 와서 인사를 건넸다. 너무 반가워서 두 손 잡고 인사했다. 연락이 뜸하다 했는데, 영화 촬영이 있었나 보다. 누군가가 커다란 비닐봉지에 우리 책을 잔뜩 담아가지고 왔다. 내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