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내리는 퇴근길

2021. 7. 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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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는 갑자기 빗방울이 굵어지며 후두두두 떨어지곤 해서, 우산 아래 걷다보면 주변 소음이 완전히 잠식 된다.

버스에서 내리기 5분 전까지만 해도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던 것이, 버스에서 내릴 땐 이미 빗속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린 것이다.

아파트 단지 입구에 접어들었을 때. 미처 소나기를 피하지 못한 할머님 두분께서 바퀴달린 의자형 지팡이(이름이 뭔지 모른다)를 끌고 자리를 이동하고 계셨다. 하지만 그 두 분이 가시는 길에 비를 막아줄 수 있는 가림막은 전혀 없었다.

모자를 쓰고 계신 한 분은 저쪽 건물로 가셨고, 모자를 쓰지 않으신 할머니는 내가 가야하는 건물과 같은 길을 가고 계셨기 때문에, 나는 그 할머님께 내 작은 우산을 나눠 씌워드렸다.
정말 작은, 나랑 할머님의 머리만 겨우겨우 가릴 수 있는 임시방편용 우산이었기 때문에 할머님의 굽은 허리나 두 팔까지 모두 가려드릴 수는 없었다.

그렇게 30초, 1분 정도 함께 걸었다.

나는 건물 입구 부분의 지붕에서 이제 그만 됐다며 감사하다고 인사하시는 할머니께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를 드리고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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