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굶음 당했다

2021. 7. 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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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로는 간결하게 표현 되지만 한국어 어법상 맞지 않는 저 제목의 표현은, 하지만 그 의미가 참 잘 전달 될 것처럼 생기지 않았나 싶다.

점심 시간 즈음에 사장림이 들어오시고는, 임원 한 분과 직원 한 명을 회의실로 들어오라 한 후 2시 넘어서까지 이러저러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을 엿들을 수 있었다.

점심시간을 따로 두지 못하는 그 '회사 특성'이란 것 때문에,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전화를 대기하거나 사진 작업을 해야만 했다.

그 와중에 회의실에선, 지금 있는 인원으로 효율적으로 돌릴 수 있을 것이다, 인원 수를 늘려달라고만 하지 말라, 그건 그렇고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와 같은 말들.

반대쪽에선 최선을 다해 방어 하거나 솔직한 심정을 말하는 등, 벽을 앞에 두고 인간적 대화를 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아,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감상이다. 편향적이며, 일부 들린 내용으로 판단하는 속단에, 쌓여만 가는 확층편향까지. 그리고 편향을 두번이나 겹쳐 쓸 정도의 비논리적 글 구성까지.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알맹이가 없어보이는 대화의 종결이었는데, 사람을 늘리고 늘리지 않고 하는 문제를 차치하고, 일단 직원들의 적극적인 조직 생활 마인드의 결여로 회사가 발전이 없다는, 사장림의 매우 통찰력있는 대 전제를 두고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나는, 고객이 의뢰한 부모님 또는 가족의 사진을 보며 비하적으로 말한다던가 (가령 회사에 들어간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모니터에 띄워놓은 할머님 사진을 보며 할망구라 내뱉는 걸 들은 일화라던가), 야간 시급 적용 없는 야간 근무를 '일의 특성상' 합당한 거라며 취급 한다던가, 계약서에 없는 일의 내용을 계약서 갱신 없이 추가하는 등의 이러저러 내 기분을 상하게 하는 여러 점들 때문에 이 회사에 가망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순전히 화풀이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ㅎㅎ
  다니고 싶은 회사를 만드는게 목표라 하시는걸 들은 바 있지만, 내가 볼 땐 그 목표는 그분이 이루실 여러 목표들 중 가장 '어찌 되든 상관 없고 안 돼도 별 지장 없는 부차적인 목표'일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의 경우, 아침에 몰리는 사진 작업을 병행하면서 꽃장식 발주 수주를 처리해야 하는 이 상황에 대해, 마치 아침 4시간 이후엔 4시간 그저 놀기만 하는 사람들이 그 수주 발주 같이 하는게 뭘 그리 어렵냐는 뉘앙스로 말하는 것을 듣기도 했다. 공부도 안하잖아. 유튜브만 보면서 놀잖아. 생산적으로 시간을 쓰고 어, 그래야 회사에 발전이 있지, 라며.
그 가운데 낀 임원께서 수주 발주에 대한 전반적인 것들을 짊어져 주고 계시니까 일처리가 돌아가고 있다는 건 또 다른 얘기가 되겠지만, 사장림에게는.


그건 그렇고, 그 임원분의 팔목이 이전부터 매우 아픈 상태이셨다. 듣기로는 10월달에 수술을 예종 하셨던 것 같다.
근데 문득 스쳐 지나가듯 하는 말로, 수술 취소해야겠다고 하신다.
그 이유가, 수술하면 일을 못하기 때문이란다.
그림이 뻔하다. 평소에도 밤 새벽 취침시간 쉬는 날 휴가 이런가 생각 해 주지 않고 임원에게 필요한게 있으면 전화하는 사장림이, 수술을 받은 임원께 절대 안정 하시고 푹 쉬라며 휴식을 보장해주시는 그 멋진 용단을 내리는 모습이 그려진다.
25살인가 27살인가 먹은 20대 성인을 상대로, 새 물건을 들여올 때 마땅히 둘 곳이 없어서 임시로 둔 것이라 한 말 (자리가 없었습니다)에 대한 반응으로 "아 그래? 이 사무실이 좁으면 더 큰 사무실로 이사해야지 뭐. 아니, 사무실이 작다는데"라며 정의롭고 지혜로운 해결책을 제시할 줄 아는 사장림이니 아마 충분히 그러시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근데 내가볼 땐, 차분하고 진중한 목소리로 "여기 정리 먼저 해 주고 물건을 옮겨줘."라고만 리드해 주었어도 바로 후다닥 그 말에 따를 친구임을 나는 알고 있기 때문에, 저 지혜를 내 마음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 괴롭다. 나도 지혜로워져야 이 세상에서 차아암 잘 먹고 잘 지낼텐데.
그치만 후자를 보고 리더라 하잖아.
근데 그렇게 안해서 리더라 하기 참 애매한건 어떻게 꼬아낼 수가 없다.


아무튼 그래서 점심을 못먹었다. 퇴근 시간이 가까웠기 때문에. 배달을 시키면 40분 후에 오는데, 그걸 먹고 가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작업 데이터를 정리하고 인계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니까.
하지만 회의가 워낙에 귀중한 결말을 도출해 주는 중대한 회의였으니까, 점심같은 지극히 사적인 문제로는 도저히 그 모임을 중지 시킬 수가 없었다.



다만, 나로서 드는 걱정 하나는,
  임원 건강문제에 대해 당연히 쉬고 나오게 할 분이라는 생각이 당연히 들지 않는다는 점과, 사원의 식사와 같은 지극히 필수적이고 당연한 부분을 일이라는 이유로 넘기게 만드는 회사가 지향해야 할 '좋은 회사'라는게, 그래봤자 얼마니 좋은 회사이겠느냐, 하는 점 정도?


다른 회사들은 어떠심?
거기도 회사가 문제냐 우두머리가 문제냐고 고민 많이 함?



저녁은 어무니 집에서 먹게 되었다.
얏호 오늘 첫 끼를 어머니 집에서 먹는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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