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그다지 아팠던 건 아니고, 그냥 뭐, 가끔씩은 집에 있고 싶어질 때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관계성으로, 나라는 사람은 이렇게 집에서 편하게 쉬었던 것이다... 라고 이야기 하고 싶었다. 그렇지만서도, G의 눈빛은 마치 사달라는 것을 사 주지 않은 탓에 삐쳐버린 어린아이들의 곁눈질 같이 뾰루퉁해 있었다. 아니, 조금 더 정리해서 잘 이야기 해 보자면, 뜻하고자 했던 어떤 일을 계획이나 하고 있었던 어린 아이가 하나 있는데, 안타깝게도 이 아이는 어느 한 어른의 이기적인 무언가 때문에 피해를 입은 탓에, 그 어른에 대하여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모습을 얼굴과 어깨와 다리와 눈빛으로 온갖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지금 이 상태 그대로를 설명한 것이다. 어느것도 아니고, 그대로. 하지만 ..
어김없이 우리는 벤치가 있는 공원으로 왔다. 그 무거운 짐들을 어서 집까지 가져가고 푹 쉬고 싶었지만, 이런 더운날 아이스크림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또다시 마트에 들어가 나와 소녀의 몫까지 두개를 사 들고 나왔으니, 일단 먹고 들어가자는 대충대충벌레같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대충대충벌레가 무엇인가 하고 생각하고 있다면 꼭 사전을 찾아보길. 절대 나오지 않는다. 어김없이 맑고 파란 소리를 뿜어대는 분수를 바라보며 나와 소녀는 아이스크림을 핥고 있었다. 하드로 사왔다. 오래 먹을 수 있으려나 싶어서. 사실 소프트아이스크림은 이런데서 사면 맛도 없는데다가, 너무 빨리 녹아서 정신없이 먹어야 하니까 그런 여유가 없는 것이 짜증난다. 물론 소녀는 소프트 쪽이 더 좋았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사 주는데 뭐라..
이러저러 이야기가 나올 것 같은 분위기였다. 만난지는 얼마 안 된 사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성을 높이는 그녀가 생각했을 무언가를 예상해 본다면, 적어도 좋은 이유가 아니라는건 확신할 수 있었다. 저런 멍한 눈으로 말이다. "저 곳은 무서운 곳이야." 이윽고 소녀가 말을 꺼냈다.올 것이 왔다는 기분이었다.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난 그녀가 화를 내는 이유를 모를 뿐더러, 화가나게 한 기억도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각오를 다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것이 나를 걱정해 주는 사람에게 표하는 최소한의 예의라고 한다면 오버이지만, 아무튼 잘 듣자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그녀가 말 하니까. 그치만 그것이 끝이었는지, 그녀는 이 이후로 아무 말이 없었다. 어? 뭐야 이거. 난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어쩔 수 없는 것들은 어쩔 수 없이 버린다고는 하지만, 쓸 만한 것을 버리는 것은 천벌을 받아 마땅한 일일 것이다. 바야흐로, 지금은 매우 부유한 시대로서, 솔직히 돈만 벌면 뭐든 살 수 있고 할 수 있는 시대이다. 또는 돈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는 시대이기도 하지. 그러한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다보니, 언제부터인가 절약이라던가 실용성에 대한 생각은 많이 사그러든 것 같다. 이젠 100원짜리가 떨어져 있어도 줍지 않는 사람들이 허다한 데다가, 요즘 누가 헌책방에 가냐며 수도권 지역에 있는 커다란 서점에 찾아가 유명 작가들과 악수나 하고 앉아있다. 문화의 질이 좋아진건 사실이오나, 그것으로인해 '평범하고 검소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괴(自壞*)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실, 이미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