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2010. 5. 1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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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더운곳에 서서 열을 올리는 소녀가 보기 힘들어 일단 자리를 옮기자고 했다. 자기도 그리 느꼈는지 고개를 끄덕였지만 어째서인지 표정은 아직도 굳어져 있다. 이토록 뚱해있을 이유를 조금이라도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더더욱 불편하기만 했다.

그리고 자리는 이내 그 공원 벤치가 되었다.
다리가 풀린 것 처럼 털썩 주저앉아버린 나와는 다르게 소녀는 조용히 다가와 다소곳이 앉았다. 청바지 안이 더운 습기가 찬 것 처럼 끈적거려 기분이 나빴다. 이곳에 오면 그나마 시원해질 줄 알았는데, 아쉽게도 바람이 불지 않았다. 녹지 않았길 바라면서 재빨리 아이스크림을 꺼냈고 소녀에게도 하나 주었다. 그저 조용히 받는 G였다.

"그래서─,"

봉지를 찢으면서 먼저 입을 연 건 나였다.

"뭐가 괜찮냐는거야? 보시다시피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나는 소녀에게 두 손을 펴보이기도 하고 두 다리도 움직여보고 하면서 상태가 아무렇지도 않음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소녀의 눈길은 그저 저 바닥에만 꽂혀 있었다. 봐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좀 늦게 알아챈 나는 그냥 조용히 앉아있기로 했다.

조금 있다가 허리를 편 소녀의 눈은 평상시 그대로 돌아왔다. 역시나 멍하니 바라보는 눈이었는데, 그게 참 신기하다고밖에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감상도 제대로 할 수 없을정도로 순식간에 고개를 돌려 눈을 마주쳐왔다. 정말 애써 침착함을 유지해야 했다. 하지만 상당히 놀란건지 가슴 속이 격하게 뛰었다. 그런 그때 소녀가 신중하게 입을 열었다. 나는 순간 경직했다.

"괜찮아?"

그리고 그 한마디에 온 몸이 풀렸다.

".....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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