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2010. 5. 2.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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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시내쪽으로 나가보기로 했다. 어제 부탄가스를 사지 못해 삼겹살을 구울 수 없었다. 하루라도 빨리 제대로 된 가스렌지를 가져다 놔야지, 안 그러면 부탄가스를 교체 할 때마다 돈낭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당초, 집이란 곳에 그런거 하나 준비되지 못한게 더 한탄스럽지만, 미루고 미루다보니 오늘에 이르고야 말았다. 더 한탄스러운 순간이다.

이 인근에선 그나마 큰 마트로 당장에 들어갔다. 세이브존에 들어온 기분으로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며 걸었다. 에어컨이 풀가동중인데다가, 오늘의 복장은 반팔에 반바지여서 찬 공기가 몸 속 구석구석으로 스며들었다. 
그러다가, 
함께 따라온다던 소녀가 더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아이스크림코너로 이동했다. 

"뭐 먹을래?"

언제나 오른쪽에 붙어 걸어오던 소녀에게 물었다. 그런데 대답이 없어 고개를 돌려보니 어째서인지 소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뒤에 있겠거니 하고 돌아보아도 없고, 왼쪽으로 왔나 하고 돌아봐도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이지만, 혹시 길을 잃어버린것일까 생각한 난 그대로 그 마트를 샅샅히 뒤져보기로 했다.

결국은 없었다. 아뿔사, 나란 녀석은 부탄가스를 사러 와서 신중히 물건을 고르고 소녀를 잃어버리는 바보인 것이다.


+
부탄가스와 두사람 몫의 아이스크림을 사고 마트에서 나가려고 문 앞에 섰다. 
하지만 문을 열기전에 두 눈으로 본 것이 있었다.
아지랑이가 옅게 피어오르는 이글거리는 주차장 가운데에 서 있는 소녀.
소녀는 마트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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