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2010. 4. 29.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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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는 것들은 어쩔 수 없이 버린다고는 하지만, 쓸 만한 것을 버리는 것은 천벌을 받아 마땅한 일일 것이다. 

바야흐로, 지금은 매우 부유한 시대로서, 솔직히 돈만 벌면 뭐든 살 수 있고 할 수 있는 시대이다.
또는 돈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는 시대이기도 하지.
그러한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다보니, 언제부터인가 절약이라던가 실용성에 대한 생각은 많이 사그러든 것 같다. 이젠 100원짜리가 떨어져 있어도 줍지 않는 사람들이 허다한 데다가, 요즘 누가 헌책방에 가냐며 수도권 지역에 있는 커다란 서점에 찾아가 유명 작가들과 악수나 하고 앉아있다. 문화의 질이 좋아진건 사실이오나, 그것으로인해 '평범하고 검소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괴(自壞*)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실, 이미 '우리집은 사치 부릴 만한 집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가지신 분들은 일찍부터 그런 생활에 대한 환상을 버리신지 오래이다. 물론, 사고싶은게 있기야 하지만, 그것을 위해 눈에 불을 켜며 노력하진 않는 다는 것. 몇년 있으면 싸질테니 그때 중고나 알아보자~며 알바를 하거나 일을 찾는 분들이 아직도 많다. 쓰레기를 줍거나, 병을 모으거나. 물론 지금은 그런걸로 얼마나 벌 수 있겠냐만은.

하고싶은 말은 이거다.
비록 나에게 지금 당장은 필요 없어 '고물'이더라도, 그것들이 후에 어떻게 사용될 지도 모르고, 또 얼마정도의 가치가 있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 조금이라도 쓸만하다면 최대한 활용하려는 모습을 보이자는 것. 그리고 그로 인해 최대한 낭비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 그것이다.




………소녀는 위와같은 말을 먹다 남은 샌드위치 버리려다가 걸린 나에게 구구절절 쏟아내었고, 결국 난 그녀의 설교를 들으며 꾸역꾸역 다 먹어버렸다. 배가 터질 것 같아.

아무래도 소녀 앞에서는 아주 약간의 사치라도 용서가 안 될 것 같다. 
..왠지 혹이 하나 붙은 느낌이다.

서로와 함께 하는 두번째 산책길.
우린 역시 어제와 같은 벤치에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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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괴 : 자연히 부서짐. 외력(外力)에 의하지 않고 내부에서 무너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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