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치인트 - 1

2015. 4. 21.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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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싸웠다. 이번이 몇번째인지 모르겠다. 다음날이 되었지만, 내게는 여전히 원인따위 확실치 않은 채 불타고만 있는 울화 덩어리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풀어야할지 나는 알지 못한다.
어느덧 조금 선선해진 가을날씨. 새파란 하늘이 인상적이다. 덕분에 착잡한 기분은 보색마냥 명확하게 느껴진다.
 "으으, 서늘해."
 모처럼 레포트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놈의 인생 행로는 뭐가 이리도 꼬이고 얽히는지. 그것도 대상은 단 한명일 뿐인데. 그 한줄기가 내 인생을 이렇게나 꼬아놓았다는 것과, 그것에 제대로 꼬여졌다는 두 사실이 너무 어이도 없다. 홍설, 언제부터 그렇게 약했냐고.
 전철이 지옥철의 가면을 한꺼풀 벗고 난 후의 지금 시간 오전 11시 26분. 모처럼 시험도 잘 본 것 같지만, 그리 기분이 좋지는 못했다. 이유는 두가지 있는데, 내 앞쪽으로 앉아있던 유정 선배가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이 다른 선배들과 수다를 떨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번 시험에도 역시 그에게 있어서 낙제와 같은 점수따위는 받지 않겠지 하는 근거 없는 확신이 들었다는 것이다. 또한가지는, 그의 그 수다속에서 만연했던 살가운 미소 끝자락 하나 내게는 스치지 않았다는데에 있다. 미움 받고 있는게 분명하다. 아무렴. 근데 어떻게 하라고. 내 의사를 분명히 말하면 할수록 어긋나고, 그저 감정을 숨기고만 있기에는 우리의 사이가 너무 멀어져만가는 것 같은데.
 난 잘했어. 잘못한거 아냐. 여자친구라면, 그정도는 해도 되잖아. 내 남자친구를 관리하겠다는건데.

 "그래서. 유정 선배가 폰을 보여주던?"
 보라가 비꼬면서 물었다. 카페 안. 우리는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은택이는 한 과목 남았으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문자를 보내왔었다.
 "그러게. 난 분명 보여줄 줄 알았는데."
 "그게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확신이야?"
 보라가 팔짱을 끼며 물었다. 어디 네 의견을 들어보자 하는 자세였다. 나는 볼을 긁었다.
 "처음에는 별거 아니었단 말이야. 솔직히, 나도 유정 선배의 인생에 그렇게나 관여할 이유도 없고. 프  라이버시는 서로 지켜주는게 맞다고 본다고. 아니, 정말로 난 폰 확인이라던가 그런거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어."
 "그런데?"
 "그런데...."
 나는 망설였다. 말해도 될까 하는 의문 때문이 아니라, 정말로 내가 그거 때문에 이러는건지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것이라면, 난 정말 유치뽕짝일테니까.
 어렵게 입을 열었다.
 "유정 선배가 폰을 빼앗잖아. 돌려달라면서. 당황하고는."
 "돌려달라면서?"
 "응. 돌려달라면서."
 "흐음.. 돌려달라면서라..."
 보라는 턱을 괴었다.
 "그거 좀 신경 쓰이는데?"
 "그치!?"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보라는 진정하라면서 손짓했다. 민망함을 참으며 난 앉았다.
 보라가 말했다.
 "그치만, 지금까지의 유정 선배를 생각해 보면, 그게 딱히 너한테 해서는 안될 어떤 잘못 때문에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야."
 "무슨 소리야?"
 "응? 얘좀 봐. 오늘 얘가 왜 이렇게 말을 못알아들어? 너 졸려?"
 그러고보니 눈이 좀 피곤하다. 하지만 자고싶지는 않다.
 "그러니까 무슨 말이냐고."
 나는 물었다. 보라는 손가락을 들며 말했다.
 "서프라이즈 아냐?"
 카페를 흐르는 음악은 감미로웠다. 개인적으로 잘 듣지 않는 노래인데, 나중에 음반을 좀 찾아봐야겠다.
 나는 이마를 짚었다.
 "그런걸로 말싸움했다고, 우리가?"
 보라는 기다릴 것도 없이 취소했다.

 "제가 어떤 영국 드라마를 봤는데여."
 "너 요즘 또 안보인다 했는데, 설마 그 영드 보느라 그런건 아니지?"
 "!!!!!"
 은택이가 햄버거를 먹다가 사레들어 뿜을 뻔했다. 으악 소리를 지르며 나는 몸을 피했다. 보라가 손을 뻗어 은택이 팔을 잡고는 그 손으로 입을 막았다.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목을 넘기는 그의 표정이 심각해 보였다. 생각이 읽힌다. 절대 뱉을 수 없다는 뜻일 것이다.
 콜라 두 세모금 마시니 은택의 표정이 돌아왔다. 혀를 차는 보라가 물었다.
 "그래서. 그 드라마가 어쨌는데?"
 "아, 그게, 한 여자가 자신의 폰에 이 사람 저 사람의 약점같은걸 넣어두고 다니는데, 그걸 주인공이 암호를 풀어버려요. 그래서 기브업 하는 내용이 나오거든요. 아 물론 유정 선배가 그렬 것 같지..는 않구여 누나..;"
 아무 생각 없이 말하다가 도중에 눈치를 채고는 내게 불안한 시선을 보내는 그가 귀여웠으므로 손을 흔들며 봐주었다. 보라는 옆에서 킥킥거렸다. 그리고는 화냈다.
 "유정 선배가 그런 짓을 할 것 같아??"
 "누나 그거 확인사살."
 은택의 토스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보라의 멋진 스파이크가 내게 날아왔다. 보라의 표정도 은택이에게서 옮았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뭐,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머, 솔직히 너네 말이 맞을 수도 있지."
 유정 선배, 그리 단순한 사람은 결코 아니잖아, 라고 말하려다가 말았다. 유정 선배를 너무 나쁘게 말하는 것 같았으니까. 은택이가 목을 가다듬었다.
 "아, 아무튼, 우리가 너무 의심하는 것도 좀 그렇네여."
 "그래도! 우리 설이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거 싫어. 유정 선배 나빠!"
 크르릉 거리는 강아지같은 보라를 보니 기쁘다. 내 편이 두명이나 있다. 하지만 반대편에 있는 적이 하필 남자친구라니. 슬픈 일이다.
 우리는 한동안 유정선배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그러다가 유정 선배 번데기 못먹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러다가 이번에 새로 생긴 치즈 듬뿍 녹여주는 치킨집 이야기가 나와서, 그리로 자리를 이동하기로 했다. 은택이의 용돈을 뽑아먹기로 결정 나자, 우리는 바로 출발했다.

 치즈에 익사할 뻔한 행복한 시간을 보낸 후 우리는 헤어졌다. 시험은 시험이다.무척 피곤하니, 각자 집에서 쉬자면서 손을 흔들었다. 은택이가 대답을 얼버무리는 것을 들켰고, 보라는 그와 함께 집으로 함께 돌아가는 길에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나는 그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고는 푸풉 하고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언제나 저 둘은 즐겁다. 저 둘을 보는것만으로도 이렇게 즐겁다. 선배와도 이런 시간을 보내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해 보는 귀가길. 지하철이 지나가자 바람이 불었다. 역시 조금 서늘하다.
 지하철 안은 솔직히 생각나지 않는다. 역시 나다. 잘 잤을 것이다.
 바로 집으로 들어가기에는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 비금 시간은 1시가 거의 다 되어갔다. 점심시간에 바쁘셨을 부모님께로 향했다. 이 길들은 이제 많에 익숙해졌는지 의식하지 않아도 척척 가게로 찾아갈 수 있었다.
 문을 열면서 들어가자, 짭조름한 따뜻함이 온 몸을 감쌌다. 군침이 도는 포근함이었다. 다만 사람들은 아직도 많았다.
 "어 누나!"
 서빙을 하던 준이 불렀다. 나는 손을 들어 인사해 주었다. 손님들께 국수를 나눠드리고는 부랴부랴 내게로 걸어왔다.
 "나랑 터치."
 "엄마는?"
 "인호형이랑 장 보러 가셨어. 자, 앞주머니."
 준이 내미는 손을 밀어내면서 나는 물었다.
 "아빠는?"
 "전단지 나눠주러 가셨어. 자 빨리 받아."
 칭얼거리는 동생의 손을 다시 밀면서 나는 물었다.
 "그럼 주방은?? 요리 누가 해???"
 "아영이가. 자 빨리! 나 밥 먹을거란 말이야!"
 그 말을 듣고 나는 냅다 가방을 벗었다. 역시 준이의 앞치마는 거절 했지만 다른 앞치마를 주워 둘렀다. 조금 큰거 보니 이거 인호씨 거 같은데. 하지만 지금은 물건 주인 따질 때가 아니었다.
 "엄마도 참!! 아영이가 어떻게 이 많은 사람들을 감당한다고!!"
 "언니 나 괜찮아!"
 주방에서 밝고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영이다. 으앙 우리 강아지가 여기서 왜 이런 고생을 하는 것이냐! 엄마가 밉다. 우리 천사를 어찌 이리도!
 나는 주방으로 들어가 아영이를 만났다. 준이는 뒤에서 소리치지만, 지금은 아영이가 중요하다.
 "언니야아, 어서와아."
 아영이가, 너무 기쁜데 너무 힘들어서 죽겠다는 표정로 웃으며 나를 불렀다. 이래선 안된단다.
 "설거지는 내가 할게!"
 나는 두 팔에 고무장갑을 꼈다. 내게 남은 힘 모두를 써주마!











ㅡㅡㅡㅡ
여기 까지 썼었네 옛날에.
나중에 이어서 써야지.

홍설이 아영이 옆에서 막 일 하는데 인호가 엄마랑 들어옴. 긍데 막 인호가 장모님이라 부름. 자연스레 홍설이 아내처럼 굴었음. 점차 유정이 잊혀짐. 어라? 누구더라? 참 잘생겼는데? 자기야. 누구였지? 그러나 인호가 인상 쓰면서 그녀석 왜 신경 쓰냐면서 이름을 말해주련!ㅡㄴ 데 잠에서 깸. 전철에서 내려 가게에 간게 꿈이었음. 이제 막 내림. 와 잠만. 나 지금 유정 선배 잊을 뻔한거? ㅋㅋㅋ 이렇게까지 해야 해? 나도 참 나쁘다. 이러면서 홍설은 엄마 가게로 감.
뒷 내용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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