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cil 6

2015. 5. 16.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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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돌아온지 1주일이 지났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그 이후로 더글러스는 며칠간 앓듯이 힘겨워 하더니, 지금은 피곤해서 먼저 자겠다며 이불 위에 누웠다. 내 침대 옆에 임시로 둔 침대 매트가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괜찮냐며 물었지만, 그는 희미하게 꺼져가는 양초처럼 소근거렸다.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그는 사실여부와는 상관 없이 그렇다고 말할 것이었다.


 이쯤되면, 화가 난다.

 대체 밖에서 무엇을 하고 왔기에 이렇게나 나약해져서 돌아온 것인지.


 그러나 그렇다고 숨 쉬기도 힘들어하는 그를 억지로 일으켜 세워 다짜고짜 추궁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럴 힘도 없고.


 나는 촛불을 켜 둔채 자리에 누웠다. 창문을 아주 살짝 열어두었다. 별이 총총 빛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서운하다. 내게 말해주면 좋을텐데.

 서운하다. 조금 더 참견할 수 있는 사이면 좋을텐데.


 "잘 자, 세실."


 지금으로서는, 이렇게 조용히 인사를 하는 수 밖에 없지만. 잠이 들지 않았던 것인지 더글러스는 다 쉰 목소리로 잘 자라고 대답해 주었다.

 이 두글자에 마음이 녹아, 나른해지고 말았다.


 내일은, 한 마디라도 들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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