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와 소년 이야기.

2013. 1. 7.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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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와 소년 이야기.


비가 내려서 밖에 나가지도 못한 탓에, 소녀는 소년을 만날 수 없었다. 눅눅한 반 투명 커튼이 회색빛. 구름 낀 하늘에선 그저 비만 쏟아진다. 음악을 들어볼까 하고 라디오를 켰는데, 왜 사람들은 이럴 때 모두 우울한 발라드만 듣는건지. 소녀는 라디오를 껐다. 

소년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어제까지만 해도 낮에는 선명한 파란색과 새하얀 분홍빛 벚꽃이 흩날렸었는데. 꽃 구경하자고 약속 한 후에 집에 돌아오자마자 확인한 날씨는 '앞으로 비'였다.

아뿔사.


괜스레 핸드폰 한번 들었다가 놨다가. 다시 들었다가 이내 주머니 속에. 소녀는 진작부터 핸드폰을 쥔채 기다리다 지쳐 잠 들었다. 


마음 하나 몰라주는 하늘이 밉상인 하루. 소년과 소녀는 만날 수 없었다.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


용기를 낸 건 소년이었다. 질끈 눈 감고 핸드폰을 든 채 문자를 보내 보기로 했다. 정성껏 써야지. 나의마음이 어떻게든 닿을 수 있도록.

다시한번 마음을 가다듬고 송신 버튼을 눌러 문자를 보냈다. 천사의 속도로 도착한 문자가 소녀의 핸드폰을 울렸다. 확 하고 벌떡 일어나는 소녀의 눈이 동그랗다. 기다리던 것이 왔다는 듯한 두근거림. 아까까지만 해도 빗소리가 우울했는데, 지금은 조금 달콤해졌다. 하얀 소음의 빗 소리가 뜨끈한 볼을 식혀 주실 수 있을까.

핸드폰을 열어 문자를 확인했다. 단 네 글자와 온점 하나. 

[보고 싶어.]

소녀는 그저 그 네 글자를 계속 읽었다. 단순히 네 글자일 뿐인데, 이해하는데는 3분이나 걸렸다. 아아, 아아. 빗소리가 달달해라.


같은 시각.

소년은 주체할 수 없는 창피함에 으악 신음 소리만 낼 뿐이었다.

미쳤지 미쳤어, 라고 앵무새같이 속으로 되내이면서.


....는어느곳에선가 벌어질 실화같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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