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계

2011. 2. 24.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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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지 이야기 해 보자.

 나는 지금9시 23분을 가리키고 있는 손목시계를 차고 있다. 사실 얼마짜리인지는 상관 없고, 그 값이 비싸다고 해서 내가 할 말에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다. 물론, 내 시계는 엄청 싸다.
 자 이제 이 시계를 차고 나는 시공간여행을 할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X년 전 X월 X일, X시 XX분 XX초 XX 전의 x, y, z좌표를 가진 곳으로 이동할 것이다. 과거여행인 것이다.


$
 자 이제 과거로 이동했다. 대기 속엔 석탄 냄새가 한가득. 퀴퀴하고 톡 쏘는 황 냄새가 심하다. 산업혁명 때인가? 아니 그건 잘 모르겠다. 아무튼 이동한건 분명해. 왜냐하면, 시각에 닿는 건축물들이 모두 고딕양식이기 때문이다. 
 자 이제 내 시계를 보자. 과연 몇 시를 가리키고 있을까?

 '~'

 당연히 9시 24분을 가리키고 있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선 9시 23분을 가리키겠지. 
 그렇다.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은 전혀 바뀌어 있지 않을 것이다. 
 왜냐고?
 시계는 시간을 가리키는 단순한 기계로, 그 어떠한 시간적 영향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사실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는게 더 잘못된게 아닐까...;; 만약 이 시계가 시간의 영향을 받는다면, 솔직히 말해 나라는 녀석도 영향를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나는 생성도 되지 않은 누군가의 DNA 속 염기물질 중 하나로 존재하고 있어야 할 지도 모른다. 얼마나 불쌍하니.

 이제 옆에 지나가는 아무나 붙잡아서 시간을 물어보자. 아마 우리가 떠나기 전에 맞춰놓았던 시간 좌표대로 왔을 것이다.

 시간이라는 녀석이 비디오 테이프처럼 길게 늘어져 되감는 형식이 아니라, [X-Y-Z]좌표처럼 하나의 '축'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맞다는 증거가 되겠다.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은 이 시계가 그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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