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간 여 행

2011. 2. 23.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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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한건, 난 시공간 여행을 하여 아이를 만났고, 그로 인한 결과가 바뀔 것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괜히 물리학을 공부하려 한게 아니다. 아니, 취미로 공부하려 한게 아니다. 아니, 알고싶었던 것이 아니다.

그렇지.
평소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길을 걸었어야 할 내가, 오늘은 왠지 모르게 여기서 이렇게 시공간이 바뀐 '현실'을 살고 있다. 이게 무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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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란 녀석은, 아무래도 세계라고 하는 게임의 전역변수쯤 되는 거창한 녀석이 아닌가보다. 사람마다 이야기가 다르고, 법칙이 다르고, 현상이 다르고, 사상이 다르다. 이것은 특정 시공간에서 겪게 된 배경의 데이터로 만들어진 인격쯤 되는 녀석이니까. 그러므로, 세계라는 거창한 곳에서 시간이라는 녀석은 어디서든 동일하게 정해지는 그런 공통적인 것이 아니다. 분명 0.000000000000000000001초라도 다를 것이다. 옆의 사람과 다를 것이다. 시간 녀석이란 그렇지.

사실, 일반적으로 시간여행이라는건 무척 위험한 행동이다. 시간에 갇히니 뭐니, 그런건 필요 없고, 그보다는 내가 특정 어느 시간대로 이동했다고 할 때, 정작 장소는 바뀌지 않기 때문에 자칫 잘못 했다가는 선사시대의 바다 속에서 눈을 뜨게 될지도 모른다는 소리다. 따라서, 안전한건 시간여행보다는 '시공간여행'쪽이 더욱 안전하다는 것이다. 네 개의 좌표 즉, X표, Y표, Z표, 그리고 '시간'표의 값을 잘 맞춰주면 아주 간단하게 시공간여행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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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이제 왜 내가 원하지도 안은 시공간여행을 하여 이 아이를 만났는가, 하는 이야기를 해보자. 사실 이 아이는 초면이 아니다. 적어도 나는 초면이 아니다. 초면이 되지 않은 걸로 봐서, 시공간은 기정 사실인가보다.

아무튼, 
이 아이는 짐이다. 이 아이가 이 시공간좌표에서 '이런' 일을 해 버렸기 때문에 내가 이 곳으로 보내진 것이다.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기 위하여 보내진 것이다. 그러니까 먼저 말을 걸어보았다.

"이런 바보녀석!!"

하지만 그런다고 이 아이가 날 알아볼 리 없다. 당초 이 아이의 관점으로 보자면 나와는 초면이고, 더군다나 이 아이는 지금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에 불과하다. 아니, 사실 내가 이 곳에 오기 전의 시공간에서도 몇시간 전까지는 일반인이었지만. 사실은 그 후에 어딘가에 머리를 부딫혀 시공간 워프에 대한 전체적인 개념과 활용을 통달했다는 설정을 지어주고 싶을 정도로 이유 없이 능력자가 되어버린 이 아이를 다시 일반인으로 되돌리기 위해 이곳으로 온 내가 아이에게 처음으로 내뱉은 말 만큼 뜬금 없이 능력자가 되었지. 

어떻게 되돌릴까, 와 관련된 대답은 당연히 내가 있던 시공간에서 듣고 왔다. 그 답은 알고 있어. 문제는 이 아이의 성격은 역시 예전과 같고, 따라서 전혀 들을리 없을거고, 그렇기 때문에 더더더더욱 싸움 걸 기세로 덤벼야 한다는 것이다. 숨을 한번 길게 빨아들이고 쑥 내 뱉는다. 자, 좋아. 어디 해보자. 

순백의 아이의 눈을 보며 나는 소리 쳤다.

"선택지가 나오면, 무조건 A를 선택해! 무조건!!"

조용한 길거리에서 꽤 크게 울린 목소리. 허나 내가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은 그런 상황보다는 아이의 반응이었다.
아이는 어깨를 움츠리면서 잔뜩 겁을 먹은 듯한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떨리는 입술이 조금씩 움직였다.

"...ㄴ,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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