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cil 8

2015. 11. 14.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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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이 새벽에 잠에 깨어 끙끙 앓을 때마다 나는 일어나지 않은 척 하며 그의 신음소리에 집중하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운다. 조금이라도 그에게 도움이 필요할 때 곧바로 일어나 튀어나가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그럴 수 없는데, 만약 지금 일어나 어설프게 그를 도우려 한다면 그는 그 다음날부터 자신의 괴로움을 이 새벽녘에도 숨기고 말것이다. 자신이 혼자 있음을 분명하게 확인하고 나서야 아무도 없는 곳에서 쓸쓸하게 고통스러움을 표현할 것이다. 내가 자고있을 때에도 내게 보이고싶지 않아 나를 경계할 것이다.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가슴에서 느껴지는 이 짖눌림이 호흡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누구에게도 보이려 하지 않으니 누구도 그를 알아줄 수 없다.

나는 오늘도 그를 알아간다. 그와 나 사이에 있는 투명한 벽이 무너질 때까지, 나는 이런 식으로 더글러스의 요청을 기다린다.

더글러스는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서 식탁 의자에 앉았다. 숨을 몰아쉬는 실루엣이 검게 보였다. 잠시 후에 식탁 위에 있는 촛대와 성냥을 들고 욕실로 들어가고는, 그곳에서 불을 붙여 돌아왔다. 밝아지는 방의 상황에 맞게 나는 뒤척이는 척을 했다. 세실은 노련하게 양초의 빛을 판자로 가려 내가 누워있는 창가쪽 편에 비춰지지 않게 했다. 세실은 다시 식탁 의자에 앉았다. 속에서 끌어올려 나오는 한숨을 쉬었다.

더글러스는 이 어둠속에서, 내가 누운 침대 옆 바닥에 매트를 깔고 누워있다가, 악몽에 깨어 일어나 괴로워 하고 있었다.
새벽은 묵직하고 숨 막히고 그런데 끈적이면서 천천히 지나가고 있었다. 별들이 아주 천천히 흐르는 것처럼.
지금 가장 빠른 것은 아마, 어디선가 묻혀와 지우지 못하고 있던, 지독한, 무언가를 향한 두려움에 놀란, 세실의 심장 박동일 것이다.

나는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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