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cil 7

2015. 11. 11.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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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빵집에서 간단한 간식거리를 사고는 집으로 들어와 아주머니와 아저씨의 몫을 식탁 위에 올려두었다. 차가울 때 먹으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일단 그늘이 있는 서늘한 곳으로 다시 옮겨두었다가, 하지만 여기는 너무 지저분한걸?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고민하다가, 결국 그대로 2층 내 방까지 모두 가져오고야 말았다. 커다란 난로의 영향을 피해야 한다. 

 문을 열자, 세실이 창가에 놓은 둥근 테이블에 팔을 올려두고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부드러운 바람이 얇은 커텐과 그의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오랜만에 맑고 밝은 날씨였다. 여전히 그는 빛이 났다.

 

 "어서 와."


 더글러스가 고개를 들었다. 미미하게 남은듯한 입가의 미소를 난 놓치지 않았다. 나도 웃으며 다녀왔어, 하고 인사했다. 난로에 불은 꺼져 있었다.


 "안 추워? 불 다시 지필까?"

 "아냐. 방금 꺼져서. 내가 있다가 켜 놓을게."

 "응."


 그는 내가 움직이는대로 고개를 따라오면서 대답했다. 외투를 벗고 옷걸이에 걸어둔 후에, 간식거리를 둥근 테이블 옆 침대에 살포시 올려놓았다. 상자를 열어 내용물을 보았다. 슈크림 몇개와 작은 케이크 조각 몇개. 타르트도 있다.


 "세실 단거 좋아했지?"

 "기억하고 있었어?"

 "쓴 커피 못마신다는 말 듣고 얼마나 놀랐는데. 충격이 컸어."


 쇼트 케이크를 꺼내서 그에게 건냈다. 더글러스는 잠시 기다리라면서 일어나고는, 그 긴 다리로 방을 돌아다니며 접시와 포크를 들고 돌아왔다. 쪽빛으로 테두리가 장식 된 하얀 접시와 은색 심플한 포크. 그가 돌아와서 처음 산 식기였다. 


 "맛있겠다. 이 근처에 파는 곳이 있던가?"

 "단골집이야. 여기 케이크는 왠지 먹어도 살이 안 찌는 기분이 들어서 좋아."

 "소피아 그런 걱정을 했어?"


 미동 없는 목소리로 묻는 더글러스 맞은편으로 초콜릿 케이크를 둔 접시를 놓고 자리에 앉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포크를 들다 멈춘 그가 천천히 다시 움직였다. 케이크를 조금 베어 입에 가져가며 


"소피아는 너무 예뻐서 그런 걱정 안하는 줄 알았는데." 


라고 덤덤하게 말하는 더글러스가 생크림이 맛있다며 칭찬했다.



 모처럼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보이는, 이제 막 오후가 시작된 시간.

 이 바보가 내 미각을 모두 증발 시켜놓았다.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느꼈다.

 더글러스는 의외로 고개를 들지 않고 먹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악동같이 입바른 말을 했을리는 없다.

 그래서 더 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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