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아파트 101호

2015. 9. 27.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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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아파트 101호


 우주 아파트는 현재 관측 가능한 우주 내에서 유일한 "우주형 아파트"이다. 우주형 아파트라 함은, 우주 공간에 떠 있는 채로 살 수 있도록 고안된 아파트를 말한다. 실제 집에서 살아가는 것과는 확연히 차이 나는 생활 방식 때문에, 그리고 그곳으로 들어가기까지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아직 우주에서 생활하는것이 안전한지에 대한 충분한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우주아파트에 들어오려 하지 않는다. 

 우주아파트라고 해서 이곳이 먼 미래에나 가능한 기술들로 점철되어 있는가 하고 묻는다면, 나로써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수 밖에 없다. 이곳의 삶은 우주정거장의 그것과 별반 다를바 없기 때문이며, 이 아파트는 다른 인공위성들이 지구를 자전하는 그 궤도, 정지궤도에 걸터앉아있기 때문이다. 바닥이라 할 만한 곳에 발을 내딛기 위해선 중력을 대신할 원심력을 건물이 만들어 주어야 하고, 몸이 그 원심력에 적응하기 전까지는 벽에 붙어있는 손잡이를 꽉 쥐고 놓지 말아야 하는데다가, 자칫 점프를 잘 못하면 태풍처럼 빙글빙글 돌다가 옆에서 다가오는 벽에 찰싹 달라붙은 후에 바닥으로 천천히 미끄러지는 일을 겪어야만 한다. 여러모로 불편한 건 사실이지만, 정기적으로 건물이라 하는 이 기계 덩어리를 돌려주지 않으면 우리가 햇빛을 받을 수 없으므로 큰 문제가 생기고 마는 것 또한 넘겨버릴 수 없는 중요한 사실이다. 게다가 최근에 식물도 잘 자라주고 있다. 중력으로 가장한 원심력이 참 밉지만 나는 꼭 돌아야겠다.


 내가 말을 이렇게 하고 있는 탓에, 마치 내가 이 건물의 담당자와 같은 느낌이 나고 있지만 사실 전혀 그렇지 않다. 난 그저 현과눔 앞에 마주한 관리소에 그렇게 하자고 강력하게 주장할 뿐. 난 이곳에서 실험체이고 그저 주민일 뿐이다. 


 우주 아파트는 우주에서 단 한 동뿐이므로, 굳이 1동 A동같은 단어를 붙이지 않는다. 내 집은 우주 아파트 101호. 건물 정문으로 들어오면 바로 보이는 두 문중에 101이라고 번호가 붙어있다.

 그리고 이곳엔 210호까지 총 20채의 집이 있으며, 나를 포함해서 아직 3세대가 거주 하고있다. 

 이 "세대"라는 단위에는 두 부류의 존재가 포함되지 않은 상태이다. 한명은 이 아파트 관리인. 이 친구는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다. 아이폰 광고를 본 사람이라면 아마 시리가 똑똑하게 일 처리하고 대답하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이 아파트엔 그런 인공지능따위와는 비교도할 수 없는 인공지능이 탑재되어있다. 필요할 시에는 지구에 있는 본인과 연결하여 일처리를 한다. 이 인공지능을 만든 사람이 자신의 분신을 이 아파트의 관리시스템으로 넣은 것이다. 그 사람의 말에 의하면, 개념을 이해하는 단계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빨간색을 빨간색으로 인식하고 이해하고 느낄 줄 안다고 하는데, 이것이 상당히 대단한 것이라고 한다. 

 또다른 존재는 아직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이 아파트의 주민과 관리인은 물론이고, 지구에 있는 사람들 중에도 이를 아는 사람은 없다. 그저 가능성을 제시하고만 있을 뿐.

 내 방에는, 외계인도 함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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