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블럭은 슬프다

2014. 11. 6.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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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블럭은 단순히 인사를 했다고 생각했다. 워낙에 호탕한 성격이었고, 무엇이든지 내 앞에서 털어낸다 생각했다. 그러나 맥블럭은 그 날 즐겁에 웃으며 떠들던 마지막 저녁 식사를 후회하는 아침을 맞이하고 말았다. 

 머리가 지끈거리는 후유증을 앓으며 물을 찾는 맥블럭 앞에 아무도 없음을 깨달았다. 차가운 바닥에 발을 대고는 잠시 머리를 휘젓는 현기증을 견뎌 내었다. 그는 반쯤 눈을 감으며 화장실을 갔다 오고, 기계처럼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냈다. 차가운 우유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번달 전기료를 재촉하는 종이쪼가리가 칙칙한 식탁 위에 놓여있었다. 


 아침 운동을 나가기 위해 옷을 입고, 양말을 신고, 운동화의 끈을 조였다. 발목에 딱 감기는 안착감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새 찬 공기를 가르기 위해 뛰쳐 나갔다.

 7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을 한다. 그 의미는 술을 몰래 마시기 시작한 때 부터 진작에 사라졌지만, 그래도 노력하는 모습은 보여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시작한 달리기였다. 


 mp3 플레이어에서 나오는 음악은 암울 그 자체였다. 누군가가 내용물을 바꾼 것일까 생각 될 정도였지만, 사실 맥블럭이 가장 좋아하는 음악이기도 했다. 그만큼의 이질감이었다. 그만큼 싫었고. 이별 노래다. 내 노래다.


 이 마을과 저 마을을 연결하는 다리를 지나는 남자는 그 중간에서 결국 속도를 줄였다. 새파란 안개가 자욱한 하늘에 서 있는 그는 헐떡이면서 그 물방울을 계속 흡입했다. 공기가 무겁다. 무릎에 기대 개처럼 호흡에만 집중했다. 허파가 시리고 얼어버릴 것 같은 감각이 아프지 않다. 안개때문이리라. 다만 코 속이 시큰하다. 매말라있는 이유를 모르겠다. 오늘따라 눈물 콧물이 쏟아지지 않는다. 무덤덤하게, 감정을 다스릴 수 있다.


 아무래도, 죽음을 앞에 두면 초월적인 힘이 발휘된다는것이 사실인가보다.


 그런 담담함과 이상하리만치 상쾌한 머리 속에 기분이 좋아졌다. 너무도 깔끔하게 각오를 다질 수 있었다. 아무래도 미친게 분명하다. 그런 그가 단 몇초도 지나지 않아 눈에서 왈칼 쏟아지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웃고 있음을, 맥블럭 자신은 깨닫지 못했다.

 배를 움켜 감싸며 다리 난간에 기대는 그의 허리가 점차 무너지고, 더욱 그곳에 기대게 되었다. 가까스로 서 있으며, 그는 울고 만다.


 맥블럭은 오늘 새로운 1일이자 마지막 날을 세운다.

 …변명거리를 하나 두자면, 전기요금을 내기 싫어서가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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