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cil 1-1

2014. 7. 18.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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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장 우리집으로 끌고온 나는 난로를 켜고 그 앞에 세실을 세웠다. 은색에 가까운 블론드인 그의 머리카락에서 빗물이 뚝뚝 떨어졌다. 반짝인다. 

 나는 타올을 가져오겠다며 다른 방으로 옮겨갔다. 녀석은 아무런 말도 없었고, 내가 타올 세개를 들고 올때까지 계속 그 자리에서 난로 불만 보고 있었다. 시선이 고정된 채, 반짝이는 채로, 더글러스는 서 있었다.

 나는 타올 하나를 펴서 그의 머리 위에 얹어주고는 두 팔을 들어 정성껏 닦아 주었다. 더글러스는 나보다 머리 하나 더 있는 정도의 큰 키였고, 나는 그를 올려보아야 했다. 그가 내게 눈길을 주지 않는것을 신경 쓰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 그는 지쳐있음이 분명했다. 어깨가, 축 쳐져있는 어깨가 오들오들 가늘게 떨고 있었다. 


 "빨간 머리야.."


 그가 나직이 말했다. 나는 잠깐 놀라 손을 멈추었지만 이내 다시 움직였다. 빨간머리는 어렸을적 내게 붙어있던 별명이었다. 예전에 그 이야기를 해 주었더니, 언제부터인가 계속 그렇게 나를 부른다. 다만, 그것도 2년 전까지의 이야기. 저 부름을 기다렸던 것일까. 나는 나직이 웃었다.


"왜?"

"잘 지냈어?"


 더글러스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조용했다. 낮은 목소리가 멋들어져있다. 그러나 멋을 낸 것은 아니다. 솔직하고 꾸밈없이 목소리임에도 멋이 있다. 잊을 수 없는 목소리였다. 


"아니."


 나는 말했다. 새 타올을 펼쳐서 젖은 상체를 대충 닦아 내었다. 그는 가만히 있었다.


"그래.."


 그는 시선을 조금 떨어뜨렸다. 미안해해 줘서 고마웠다. 기뻤다.

 타올을 더 가져올 필요가 있을것 같아서, 나는 잠시 여기 앉아있으라면서 이미 젖은 타올 세 장을 겹쳐 의자 위에 올려주었다. 더글러스는 잠깐 의자를 보고는 지친 몸을 떨어뜨리듯 털썩 앉았다. 나는 타올과 간단한 옷을 집으면서, 이럴게 아니라 샤워를 하라고 해야겠다 싶어서 허둥지둥거렸다. 오랜만에 발이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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