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cil 3

2015. 1. 5.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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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해."


 나는 물었다. 저녁이 되었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중에, 난로 속이 새까만 것을 보고는, 아 내 속도 새까맣게 되었었지 하고 떠올리게 된 것이다. 더글러스는 창가 너머를 바라보다 뒤를 돌았다. 작업복으로 입는 면바지가 지저분했다. 그는 오늘 주인 아저씨를 도왔다.

 선명하게 빛나는 눈매 끝자락이 나를 향해 있다. 응시하고 있음을 괜히 의식하게 되면 견딜 수 없다. 난 고개를 다시 난로쪽으로 돌렸다. 괜히 작은 장작 하나 넣어본다.

 더글러스는 반투명한 커튼으로 창가를 가린 뒤에 의자를 하나 들고 내 옆에 앉았다. 가늘고 긴 다리를 쭉 늘어뜨리며 기지개를 펴는 그의 턱선에 눈이 가고야 말았다. 역시 자연스럽게 난로쪽을 보기로 했다.


 가로등 빛이 외롭게 들어오는 이 방. 하지만 난 외롭지 않다.

 그가 옆에 앉아 있다. 닿지 않는데도 그와 마주하는 팔이 따뜻해지는 것 같다. 


 "난로 참 번거롭겠다."

 예상치 못하게 더글러스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 말투가 새로워서 귀여웠다.

 "어머. 다 내가 하는걸."

 "도와줄까?"

 "장작 쪼개는 것만 어떻게 좀."

 "구입하는게 아닌가?"

 더글러스가 눈을 마주쳐왔다. 나는 애써 피하지 않았다. 아직 창피하지만.

 "주인 아저씨가 장작을 사 오시면, 그분한테서 돈을 드리고 조금 사서 방으로 가져와. 그리고는 여기에 맞게 조금 더 잘라놔."

 "손이 많이 가네."

 턱을 괴는 그의 손이 상당히 크다. 저 두 손으로 내 얼굴을 감싸면, 난 분명 질식하고 말것이다. 물론 감싸지 않아도 숨을 쉬지 못하겠지만. 긴장해서.

 결국 더글러스는 흔쾌히 날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난로 옆에 있는 손도끼로 가볍게 쪼개는 정도는 일도 아니라는 듯이 웃어 넘기는 그를 나는 진작부터 신뢰하고 있었다. 그가 없던 2년동안에도 마찬가지이다. 그가 해준다 하면, 반드시 해 줄 것이다.

 왠지 집안일을 분담한다는 것이 마냥 신기했다. 하지만 이내 그 일에서 피어올라오는 상상을 하고야 말았다. 우린 살림을 함께 하는 것으로 생각해도 되는 건가, 하는. 아, 아무리 그래도 숙녀로서는 지나친 발상이다. 정신을 차리자.


 "그러고보니…."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는데 더글러스가 입을 열었다. 무슨일이야? 나는 물었다.

 "아까, 내가 어떻게 지냈냐고 물었었지."

 그는 표정의 변화가 없다. 웃는 얼굴도, 과장된 표정도 없다. 목소리도 마찬가지이다. 발성은 그대로 가슴 속을 울려온다. 

 그가 그 말을 하자 나는 다시 내 자리에 앉았다. 아까까지는 그를 옆에 두었지만, 이번엔 그를 앞에 두었다. 그의 얼굴과 몸이, 창가에서 들어오는 빛에 역광되어 잘 보이지 않을 터인데, 그의 눈엔 깊고 푸른 바다속 산호같은 것이 반짝였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난로선반에 올려져 있는 성냥을 하나 들어 그었다. 어떻게 어떻게 하다보니 금새 난로에 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는 매우 능숙하게 그 일을 마무리 지었다. 공기는, 그가 돌아왔을때만큼 무겁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밤은 조용하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가 입을 열었다. 오늘은 토요일이니까, 언제였을지는 모르는 토요일의 이야기를 해 주겠다고 한다. 그 날은 나무를 하느라 힘들었다고 한다.

 그의 말이 이상하다고 느끼면서도 나는 그의 말을 경청하기 위해 양손으로 꽃받침을 만들어 턱을 괴었다. 그의 눈은 더이상 부담스럽지 않다.


 어둑해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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