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달팽이 아가씨 - 소년

2014. 4. 16. 17:16
반응형




  잡동사니를 팔고 있는 가게이다. 앤티크풍의 디자인으로 주변을 가꾸다 보니, 첫 인상은 어느 중후한 가구점 아니면 보석점같았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세계에서 들여온 잡동사니들이 모인 이곳. 골동품가게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사람들이 이곳에 자주 들어오는 일은 없다. 왜냐하면, 요즘에는 이런 아름다운 물건보다는 '편리한' 물건이 더 많이 필요한 때이니까. 더군다나, 아름답게 자신을 치장 하려면 적어도 돈이 많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주를 이루는 요즘 경제 아닌가. 이해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곳에 흥미있게 들어와서 둘러보다가 마음에 든 물건이 있어서 가격을 물어본 후, 아가씨가 제시하는 가격을 듣고 깜짝 놀라는게 일반적인 순서였다. 냉큼 지갑이 열리는 모습을 아가씨는 본다. 신기한 일이다. 이 물건을 '사려' 한다니. 


 러나, 이 가게에 들어오는 사람으로서는 유일하게 순수한 흥미로 방문하는 사람이 있다. 아니, 소년이 있다. 

 금발 머리에 쪽빛 사파이어 눈동자. 흰 와이셔츠와 나비낵타이로 포인트를 주고 정장 반바지에 서스펜더를 하고 왔다. 무릎 아래까지 오는 흰 양말과 흑갈색 구두. 전형적인 영국 신사 꼬마의 느낌이다. 그 아이가 학교를 마치자마자 이곳에 들르는 것을 낙으로 여기는 것 같아 아가씨는 기분이 좋았다. 이곳을 편안하게 느끼는 사람이 자신 말고 또 있다는 것에서 약간의 안도감을 느끼는 것이다.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말이 통하는 것과 같은 느낌.

 흥미를 가지며 이 가게에 들어오는 소년을 맞이할 때마다, 아가씨는 자신도 모르게 들뜨고 만다. 


 "안녕하세요!"


 활기찬 목소리로 그가 들어오면, 그녀는 거의 앞을 다 가린 머리카락을 찰랑이며 소파에서 고개를 든다. 살갑게 미소 지으며 아가씨가 인사를 건내면 소년은 고개를 푹 숙여 다시한번 인사 하고는, 곧장 눈 앞에 가득 차 들어오는 온갖 물건들을 향해 시선을 옮긴다. 


 소년의 가게 탐방이 시작된다. 

 아가씨의 손님을 향한 탐구가 시작된다.

 



반응형
LIST

'문[文] > 단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톱니바퀴 구르는 모래소리 (1차)  (0) 2014.05.07
상처론  (0) 2014.05.06
민달팽이 아가씨 - 도서관  (0) 2014.03.25
일식  (0) 2013.01.08

BELATED ARTICLES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