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로(Gyro) -3

2012. 4. 6. 01:28
반응형


야한 꿈을 꾸었다.
청소년이 꾸는 그 야한거 말고, 꿈 속에서 정말 '야!'하고 소리 친 꿈이었다.
새 하얀 배경에,
나 혼자
새하얀 원피스 입고,
바람 한 점 없는 그 곳에서
정면을 보며
"야! 야! 야!"
하는 꿈이었다.


이게 무슨 개 풀 뜯어서 녹즙 빼 마시는 꿈이야?!!



+

그 묘한 꿈에 번뜩 눈을 뜨고야 말았다. 아무래도 이 꿈은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
일어나자 마자 휴대용 뇌파 검지기를 머리에 붙였다. 오늘의 바이오리듬은 과연 어떠려나.
그러나 아쉽게도 뇌파 검지기의 색깔은 탁한 회색으로 변하였다. 오늘은 그리 좋지 못한 듯 하다.
하긴. 그러니까 저런 꿈도 꾸지.


+

오늘은 일요일. 미스터 크리스트는 안식일이라고 지정 한 날, 이라고 알고 있지만, 
이미 율법은 폐기 된지 오래이니, 안식일이란 것도 사실은 없는 것이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여기 저기서 쉬느라 난리구나.
괜찮아! 나는 안 쉬면 되는 거니까!
미스터 크리스트씨! 나는 오늘도 열심히 삽니다! 


+

그래서 하는 거라고는, 결국 자이로 개조일 뿐이다.

"이런 맑은 날 나는 방에서 이런거나 하고 있구나."
"당사자 앞에 두고 '이런 거'라고 말 하면 나는 충격 받아, 주인."
"아, 미안. 너 거기 있었니."

 충격 흡수용 에나멜 젤에 두둥실 떠있는 자이로의 AI볼. 특유의 유리성 때문인지 자이로가 몇 배나 커져 보인다.
참 신기하지? 옛날 조상들은 이 에나멜을 이용해서 도자기를 구웠대. 유약으로 사용 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충격 흡수라니. 유리가 충격 흡수를 하는건 신기할 따름이다.
 물론 지금 시대가 얼마나 발전 했는데! 유리맛 사탕 먹어봤어? 안 먹어봤으면 말을 하지 마.

 그래서, 
결론적으로 오늘 내가 자이로에게 해 줄 일은 무엇인가, 하면?

"자이로스코프 추는 0.1g만으로도 커다란 차이를 보이니까. 최대한 정교한 무게면 무게일 수록 중심 잡기 좋지."

라는 이유로, 새로운 추를 하나 주문 했는데, 그게 오늘 왔다. 오늘은 그 추를 깎아 주는 일을 할 것이다.

"주인이 나에게 투자 한 만큼 나도 열심히 살아볼게!"
"뭐 하면서 살건데?"
"음.. 내 주식 투자의 지분을 좀 떼어 줄까?"
"너 나 몰래 무슨 짓 하는거야?!"

손을 멈췄다. 농담이라며 하, 하, 하 웃는 자이로. 식겁할 만한 개그 하지마 ...



+

그리하여 개조한 자이로가 책상 위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마모율이 줄었어! 평소보다! 나는 지금 지구같아! 지구같이 반 영구적으로 돌 수 있어!!"
"뻥 치지마."
"농담은 좀 받아주길 바라, 주인."

자이로와 나는 정색한다.
우리는 언제나 이러고 논다.

반응형
LIST

'문[文] > [자이로(Zyro)]'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이로(Gyro) - 5  (0) 2012.04.06
자이로(Gyro) - 4  (0) 2012.04.06
자이로(Gyro) -2  (0) 2012.04.06
자이로(Gyro) -1  (0) 2012.04.06

BELATED ARTICLES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