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로(Gyro) -1

2012. 4. 6. 01:27
반응형



0#

 요점은 그것이다.

 초소형 AI가 판을 치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 겨우 자이로스코프 중심에다가 그것들을 심어놓는 실력밖에 없는 나로서는, 이 세상의 발전이 너무 빠르다. 구름은 저리도 느리고, 등굣길도 언제나 바뀌지 않는 만큼 세월의 흐름은 느릴 줄 알았거늘, 단지 30년 전의 사진과 지금을 비교 해 보면, 이 세상은 총알보다 빠르게 지나가버렸다. 우앗, 빨라!

 남들은 막 손가락에다가도 AI를 심어놓기도 하고, 또는 뇌와 동일한 자리에 두어 좀 더 논리적인 사고를 향상 시키기도 한다. 물론 그런 것은 고급이고, 복잡하고 상당한 기계와 결합을 시켜 AI의 기능을 업그레이드 시키기도 하는 사람이 있다. 이것도 고급은 고급이다.
 반대로 나의 경우는 그냥 자이로스코프의 무거운 회전 추 중심을 파내어 그곳에 AI볼(ball)을 꽂아 놓은 것 뿐이다. 기능은 없다. 그저 회전 추를 돌리면 가만히 서서 빙그르르르 돈다는 점? 그것 뿐이다.

 요점은 그것이다.
 나의 '자이로'는 그저 대화를 할 수 있는 말 상대로서의 능력밖에 없다. 자이로스코프가 어디서 어떻게 쓰이는지 알지도 못하니까. 나로써는 어깨만 까딱 거릴 뿐이다.

 윙~ 하고 들려오는 반중력방향 기압보드를 타고 오는 내 친구가 저 뒤에서부터 날 불러댄다. 터벅터벅 걸어다니는 건 나밖에 없었다. 아, 그러고보니 그렇네. 수리 맡겨놓은거 받으러 가야 하는데. 하교 할 때 들러야 겠다.

 "빨랑 타!"

 두말 없이 뒤에 올라타고는 손쌀같이 학교로 진입했다.




1#

 자이로가 소리쳤다.
 
 "몸이 기울었다!! 아악!! 기울었다!!"
 "시끄러!!!"
 
 반중력방향 기압보드에 가속도가 붙으면 붙을 수록 이 놈의 쇳덩어리는 더욱 고함을 쳐댔다. 나도 소리 칠거야! 귀가 있다면 잘 막아둬! 우아아아아아!! 빨라!!




1# -1


 학교.
 뭔가 시끌벅적해서 왜 그런가 하고 두리번 거렸는데 운동장에 서 있는 학생들이 모두 하늘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에? 뭐야. 전부 목체조라도 하나? 원숭이같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보자, 그곳엔 구름도 아니고 뭣도 아닌 '대형 광막 디스플레이'가 떠 있었다. 그리고 그 디스플레이에는 상당히 잘 생긴 학생의 얼굴이 비춰져 있었다. 웅성거리는 운동장의 학생들, 침묵의 디스플레이 학생. 그리고 이내, 디스플레이는 소리 쳤다.

 "아르헬!! 사랑해!! 나와 사귀어줘!!!"

 펑펑 터지는 폭죽음과 디스플레이가 진동하며 전해오는 감미로운 음악이 프로포즈(?)를 빛나게 해 주었다. 아ㅡ, 아침부터 핑크빛 사랑의 고백을 보게 되다니. 이거 정말이지, 개판이구만 이 학교.

 "몸이 기울었다!! 아악!! 주인! 왜 그러냐?!!"
 "시끄러 짜샤!!"

 자이로는 바뀌는게 없네.



1# -2


 "그래서, 자이로는 이런 고백 어떻게 생각해?"
 "회전 속도가 느려. 저 아이에겐 마음이 담겨져 있지 않아."
 "응 그래. 마음을 회전 속도로 느끼는 구나, 너는."
 "당연하지 주인! 마음이 뛰는 사람의 공명 주파수는 상당하다구! 상상을 초월해!!"
 "웃기지 마. 공명 변환 물질도 그런 짓은 못 해."
 "거짓말 아니라니깐?! 사람은 특별해! 마법으로 만들어진 존재라구!"
 
 그런 마법으로 만들어진 사람이라는 존재들은 이상하게 과학으로 세상을 바꾸고 있다.

 "그건 어찌 된건데? 사람은 왜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건데. 금속 마찰음보다는 부엉이 우는 소리가 더 좋잖아."
 "그거야 당연하지."

 하늘은 새 파랗다.
 와우. 디스플레이 아직도 떠 있어. 
 갑자기 자이로가 말한다.

 "마법과 사랑은, 우주 초월이니까!!"





1# - 3


 그래서 자이로의 말을 듣기로 했다.
 나는 하늘 저 멀리로 공중 원자막 스피커를 던지고는 인체미전력 마이크를 들고 소리 쳤다.

 "집어 치워!!!"




 +


 2#

 교실로 들어왔다. 그러자마자 애들이 몰려왔다.

 "너, 그 선배 찼다며?! 왜그런거야?!"
 "으에~ 아까워라! 넌 평생의 기회를 놓친거야!"

 눈살을 찌푸리거나 과장하면서 손가락을 하늘 위로 쳐들어 올리거나. 나에게로 오는 반응은 대단히 열정적이었다. 물론, 손가락은 검지 손가락이다. 

 "됐어. 필요 없어. 그럴 돈 있으면 나에게 최고급 기계라도 사 주면 좋겠네."
 "그렇다면 사 줄게!!"

 순간 문이 펑(?)하고 열리면서 아까 디스플레이에 비춰진 얼굴의 주인공이 샤방하고 날아들어왔다. 발 아래에선 광자들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아아, 또 산거야, 이 선배는? 그 뭐지? 광자 분출로 생기는 반작용의 힘을 증폭해 날아다니는 기술을 탑재한 신발. 이름하여... 이름하여... 음..;; 뭐더라.

 "내가 사 줄게 아르헬!! 뭘 원하니!! 이 신발 줄까?!!"
 "찌질하게 싫다는 사람한테 엉키지 마세요 봉고 선배."
 "내 본명을 말하지마!! 나 무너져!!!"

 촌스러운 이름이 싫다고 꽤나 전부터 개명을 했었지만 난 봉고라는 느낌이 좋다고, 라는건 집어 치우고, 그렇게 선배는 무너졌다. 
 책상에서 올라오는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로 인터넷을 하려 했는데, 하필 선배가 내 책상 위에서 좌절하고 있다. 이러지 마요. 남자가 뭐 이래? 

 "흑.. 그치만 넌 나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디스플레이에 돈을 얼마나 썼는지 아느냐!!"
 "그 돈을 나에게 줬어야죠. 그럼 사귀었을텐데."
 "난 왜 그 생각을 못했지?!!"
 "당연하지! 넌 마음의 주파수가 낮으니까!!"

 자이로가 소리쳤다. 오오, 나도 호응할래!

 "맞아! 진심을 담아서 나에게 사랑을 고백해봐요 선배! 내가 말하기도 민망하고 오글 거릴 정도로의 달콤하고 풋풋하며 아찔한 고백을 해 보라구요!! 돈냄새 나는 사랑, 나는 몰라!"

 오오~ 주변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사람들의 반응이 모두 나에게로 몰아졌다. 나를 응원하고 있는 것 같다. 기분 좋다, 이런거, 기분 좋다구!

 "...그래서, 뭘 원하는거야, 너는?"
 
 선배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으며 물었다.
 그래서 나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태블릿PC요."
 "이 멍청아아아아아아아!!!"

 일제히 아이들은 소리쳤다. 왠지 단합력이 좋다.
 근데 왜 날 보고 멍청이라는거야..?


 어라, 
 선배의 얼굴이 멍하다.


 

---------------------------------

뭐, 이것도 판타지겠죠. 넵.

반응형
LIST

'문[文] > [자이로(Zyro)]'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이로(Gyro) - 5  (0) 2012.04.06
자이로(Gyro) - 4  (0) 2012.04.06
자이로(Gyro) -3  (0) 2012.04.06
자이로(Gyro) -2  (0) 2012.04.06

BELATED ARTICLES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