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

2010. 4. 27.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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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여유로운거냐, 할일이 없는거냐?"

돌연 던진 내 질문에 소녀는 응? 하고 시선을 마주쳤다. 싱그러움이 바람을 타고 천천히 흘러만갔다. 아침의 여유마저 느껴진다.

"아, 나한테 질문한 거였어?"

그리고는 캡 모자를 벗는 소녀가 이제야 알아차린듯 고개를 끄덕였다. 참고로 이 벤치엔 나와 소녀밖에 없다는 것에 유의하자.

"어젠 길을 가다가 낚시방송이 생각나서 낚시를 했어. 그 전에는 아이스크림을 먹었고, 그 전엔 고양이와 싸웠어. 분명 내 생선이었는데 녀석이 자기 것이라고 우겼거든."

불만이었던 건지, 고양이 이야기를 할 때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다가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고는 결국 자기가 이겼다며 좋아했다. 소소한 것에 행복을 찾는 넌 혹시 현자이더냐.

"결국은 할일이 없다는 거로군."

그리고 내가 결론을 내 줬다. 소녀는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 거렸다. 이 남자는 할 일이 없다는게 그리도 좋은걸까, 라는 표정이었다.
그런 소녀에게 물었다.

"그럼 매일 아침 산책 할 수 있겠네?"
"……."

의외로 G의 반응은 무언(無言)이었다. 앞으로 같이 산책을 다니자고 하려 했는데, 오늘은 그냥 우연히 나온걸까?

"뭐야. 산책 싫어?"
"아냐. 산책은 매일 하니까."

그렇게 말 하고 침묵한지 몇 초가 지난 후, 소녀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그럼 앞으로 우리 같이 산책 다니자."
"너 내가 할 말을 참 잘도 빼앗는구나."

아무래도 이 소녀와 대화하면 난 딴지 거는 쪽의 사람이 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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