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 1

2016. 6. 22.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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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미줄을 망가뜨리는 것은 거미 자신이 아니다.

  주변에서 날아오는 온갖 것들이, 보금자리를 찢어놓는다.


  그러나 거미는 그 집을 버리지 않는다. 

  다시 기워내고, 완성시켜, 그 집에서 또다시 생활한다.


  그 집을 떠나는 날이 있다면,

  그건 그 집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와 자신이 죽었을 때, 뿐이다.

















  ◇


  거미가 그녀가 된 지 몇백 년 지난 후로, 그리고 그녀가 이 낡은 빌라에서 살게 된 후로, 거미는 이곳을 한번도 좋아했던 적이 없었다. 사람처럼 산다는 것은 그리 낭만적이지 못한 것이라고 예전부터 생각해 왔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차라리 생각에 그쳤던 옛날이 더 좋았다. 그땐 그게 꿈으로서의 매력이라도 있었지.


  샤워를 끝내고 선풍기 앞에 앉아 있으니 떠오른 추억 하나. 

  사람들이 논에 발을 푹 담그고 모를 심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바람에 살랑이는 나뭇가지에 집을 지어놓고, 오늘은 벌레가 안 잡히려나 나른하게 기다리면서 바라본 풍경이었다. 시끄럽게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서로 일을 해 나가는 속도가 달랐는지 마주보며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모습도 보고 그랬다. 아무튼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아무튼, 그들은 활동적이었다.

  점심 시간이 되면 새참왔다는 외침과 함께 아지매들이 음식을 내려놓는다. 사람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손을 뻗어 음식들을 늘어놓았다.

  그들은 좋다고 또 웃으며 배를 채웠다. 술냄새가 난다 싶으면 어김없이 노래 소리도 들려 오더라. 그들은 매일이 힘겨웠지만, 즐거움을 찾아가며 살 능력이 있었다.

  그저 재능이었을까. 아니면 그들의 지혜였을까. 요즘 사람들에 비하면, 그때 사람들은 오히려 사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옛날 이야기. 너무 먼 옛날 이야기일 뿐이다. 새벽에도 자동차 소리는 공기를 울렸다. 잠을 잘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뜻이다. 이런 도시도, 예전에는 깡촌에 지나지 않았는데. 그 때 봤던 이곳의 모습은 지금과는 매우 달랐는데.

  모습이 달라지니, 사람들 마음도 달라지더라.


  ……그런 생각이나 하며, 거미는 선풍기에 머리를 말리고 있었다. 물기를 머금고 있던 긴 머리카락이 이제는 제법 좀 날렸다.

  오늘도 일이 너무 힘들었다.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나 팔이 반짝이곤 했다. 아스팔트가 녹는 나라도 있었다며? 이 나라는 아직 그 수준은 아니여서 다행이야, 정말.

  물론 '거미'였던 몸으로 살았다면 진작에 더위로 죽었겠지만.

  거미는 선풍기에 아~ 하고 떠들면서 생각했다.

  








  

  ◇




  몸을 받기 직전, 거미와 소녀는 대화를 나누었다.

  소녀의 숨이 넘어가기 직전이었다.


  병약하고 곧 죽게 될 소녀여, 내가 너의 몸을 받는 대신 너는 무엇을 이루고 싶느뇨?

  그리 물었지만, 소녀는 새까만 천장을 매마른 눈으로 쳐다보며 숨만 허덕였다. 아, 이 아가씨 곧 죽겠네, 거미는 생각했다.

  곧 얼굴을 부들부들 떨면서 반짝이는 눈물을 쏟았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직감 한 것이었는지, 분했던 건지, 아니면 슬픔을 주체할 수 없었던 것인지. 미물인 거미도 가슴이 아프니, 이를 어찌하면 좋을까.

  역병도 아니요 태어난 것이 그런 것이니, 하늘에게 따질 일이다.

  하지만 하늘은 오늘도 말이 없으니,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 일이다.

  거미는 다시 물었다. 내가 너의 몸을 받는 대신 너는 무엇을 이루고 싶느뇨?

  그 말을 들었는지 소녀가 떠는 것을 멈추었다. 파르르 떨던 머리카락이 옆으로 쏟아아졌다.

  거미가 있던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채, 소녀가 말했다.


  "예쁘다 하는 사람과 살고 싶었답니다."

  "누구를 예쁘다 하는 것이냐? 너를 말이냐?"

  "그렇다면 바랄 것도 없겠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외다."

  "그럼 무엇을 예쁘다 하는 것이냐?"


  소녀는 숨을 들이켰다. 바람이 바람처럼 흩날릴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가슴에 묻어둔 채로 함께 묻히게 될, 자신의 바람이 이렇게 끝나고 마는 것을, 그녀는 바라지 않았다.

  한 마디 말이면, 그녀가 바라던 바람은 지금 자신의 말을 듣고 있는 자에게 전해질 것이었다. 그것이 오랜만에 가슴 설레게 만들었다.


  "'예쁨'을 찾아 예쁘다 하는 사람과 살고 싶습니다."


  축축한 목소리가 울먹였다. 

  내 그 소원을 들어주련다, 거미는 그리 말했다. 소녀는 입을 꾹 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눈물로 범벅된 미소가 눈가에 스며들었다.


  "그렇다면, 내 몸을 가져가시는 것엔 아무런 망설임도 없습니다."

  "그러냐. 걱정 말거라. 너는 분명 그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촛불을 끄련다.

    빛이 있었단 말입니까? 저는 왜 칠흑에서 떨었단 말입니까?

  안심 하거라. 곧 빛을 보게 될 것이야.

    이런 망가진 몸을 받아서, 앞이나 보실 수 있겠습니까?


  걱정 말아라, 아가씨야.

  내게는 눈이 많단다.


  그렇게 말하고는, 거미는 소녀의 입으로 기어 들어갔다.


  








  

  ◇




  "입?!"


  남자가 냉장고를 연 채로 얼어버렸다. 거미가 입으로 들어가 그녀의 몸으로 삼켜졌다는 부분에서 경악한 것임에 틀림 없다. 거미는 어깨를 들썩였다.


  "그쪽 입 때문에 지금까지 얼마나 되는 내 종족들이 죽고 말았는가 알고 계시나요?"

  "아 말하지마! 아! 아 진짜 뭐하는거야! 그만!"


  들었던 말을 털어내듯 머리를 격하게 흔들어 대며 남자는 소리쳤다. 그 꼴이 마치 얼굴에 벌 앉은 개가 깜짝 놀라 짖어대는 것 마냥 웃겼다.


  








  

  ◇




  "그 '예쁨'이라는게 결국 뭔데요?"


  그가 물었다. 아이스크림 하나 먹으라며 거미에게 건냈다. 소녀의 몸으로 살아가고 있는 거미는 넙죽 받아 앙 물었다. 그러나 이가 시려서 베어낼 수 없었다.


  "'예쁨'을 예쁘다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다시 말해 다른 사람들은 그 '예쁨'을 예쁘다 말할 수 없기 때문에 구분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가는 '무언가'를 향해 '예쁘다'는 감상을 말할 수 있는 특별한 인간을 찾으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는 거지요."

  "그런 건가."


  남자가 낮은 테이블겸 상을 가운데에 두고 거미의 맞은편에 앉았다. 팥 앙금이 한가득 들어간 아이스바를 씹었다. 이가 시렸다.


  "그래서, 찾을 수 있는 겁니까?"

  "그렇게 80년 정도 찾다가 깨달은 것이 있지요."

  "오래도 사셨네."


  거미가 남자를 노려보았다. 계속 말 하시라고 손바닥으로 밀어내는 시늉을 하며 남자가 고개를 돌렸다. 거미는 아이스바 막대를 쥐고는 말했다.


  "이 세상엔 인간이 정말 많았다는 겁니다.  꽃잎만큼이나 다양한 인간들이 살아가고 있었지요, 이 땅엔. 그런데 저마다 예쁘다 하는 것 또한 다 다르고 하니, 어느것을 그냥 지나가는 것이라 불러야 하고 어느것을 예쁘다 불러야 하는지 구분을 할 수 있어야 말이지요."

  "그렇, 구만."


  남자는 거미에게서 막대를 빼앗고는 자신의 등 뒤에 있는 냉장고 옆 쓰레기통으로 던져 넣었다. 오오, 거미가 박수를 쳤다. 짝짝짝 소리가 세 배는 많았다.


  "어렵게 생각할 거 없지 않아요? 요는 그 소녀라는 사람이 어떤것을 예뻐 했는지 알면 되지 않나 싶은데."

  "그 말씀은?"


  거미가 두 손으로 다른 두 손의 손톱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두 팔은 뒤쪽으로 땅을 짚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신기한 그 모습에서 남자는 시선을 옮겼다. 


  "아니, '예쁨'을 보고 예쁘다 말하는 사람을 찾으려 한다는 건, 그런 사람을 찾던 소녀는 '예쁨'이 뭔지 명확했다는 거 아닐까 해서. 그 점에 대한 정보는 없는 거에요?"

  "그걸 말하기 전에 죽을 것 같았어요. 살아있는 상태에서 몸을 취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잖습니까?"


  살아있는 상태에서 몸을 취한다는게 무슨 의미인가 하고 남자는 잠깐 고민했다. 곧 그만 두었지만.

  거미가 손을 멈추더니 자세를 곧추세우고는 조금 생각에 잠기며 먼 곳을 보는 듯한 눈으로 남자를 보았다.


  "…그렇지만, 만약 그렇다면, 시간이 알아서 해결해 주겠지요. 나는 이제 소녀와 하나이니까, 달리 말하면 나는 곧 소녀 본인이니까, 내가 예쁘다 느끼는것이 무엇인가 확인하면 될 일입니다."

  "그리고 그걸 공감할 줄 아는 상대를 찾는 거군요. 쉽네 쉬워."


  물론 농담이지만. 남자는 앞에 놓인 상에 팔을 걸치며 말했다. 거미도 두 팔을 상에 댄 채 턱을 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그 후로 몇 배는 더 살아 오면서, 나 자신이 예쁘다 느낀게 무엇인지 명확하게 해 둔 적이 없던지라, 곤란한 건 마찬가지네요. 아니, 오히려 예쁘다 느낀게 너무 많아서 곤란한 쪽인가?"

  "그 후로 라니?"

  "…80년이 지난 어느 시점."


  그런걸 꼭 입으로 말하게 해야 직성이 풀립니까? 거미는 따지고 들었다. 그럴 생각은 전혀 없었다. 남자는 고개를 빼며 저도 모르게 가로로 저엇다. 한껏 노려보던 거미는 시선을 떨구며 피식 웃었다.


  "세상이 바뀌고, 많은 것이 '개성'으로 불리우는 요즘입니다. 어떤 것이 기준이 되어야 하는가, 와 같은 질문은 과거와 비교하면 의미가 없어 보일 정도이지요. 모두가 서로를 존중해야 하니, 모두가 기준이 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예쁨'이 저마다 다르다는 것은, 그러니까, 생각이 저마다 다르다는 말과 다를 바 없지요."

  "스스로 느끼는 '예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게 올바른 방향이라고 보는데 말이죠."


  그 말에 거미는 고개를 저었다. 직선으로 뻗은 검은 머리카락이 어깨를 타고 쏟아졌다.


  "그렇게 생각하며 안심하는 건 좋지 않아요. 내 마음 속에 자리한 기준이란 것 또한 몇번씩이고 달라지지 않았겠어요? 과거에는 예뻐 보였던 것이 지금은 아니게 되었을지도 모르고, 과거에는 질색하던 것이 지금은 호감이 갈 수도 있지요. 예를 들어"


  거미는 창문쪽을 바라보았다. 새까만 밤 아래로 희미한 빛이 아른거렸다.


  "나는 이곳을 별로 안 좋아해요. 예전에는 밤하늘도 참 예뻤는데. 지금은 땅이 더 밝아서, 아무것도 안 보이잖아요. 예전엔 이 곳을 꽤나 좋아했는데. 공기도 상쾌했고, 바람도 시원했고. 시간이 많은 것을 바꾼 것인지 아니면 본디 세상이란 것은 그리도 변해 가는 것인지."


  남자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나 저거 들은 적 있어. 어렸을 적에 할아버지한테 들은 거야. 하지만 그 말을 입 밖으로 내지는 않겠어, 그렇게 마음 먹었다.


  "그리고, 이거."


  거미는 자신의 다리를 옆으로 들어 보였다. 합성 수지로 만들어진 매우 얇은 바지였다. 가격은 얼마 안 됐던 걸로 기억한다. 두 팔을 뻗어 셔츠도 자랑하듯 보여줬다. 소매는 팔꿈치까지 덮었다.


  "나 이 옷들 꽤 좋아해요. 예전엔 생각도 못했던 옷감이지요. 이렇게나 얇은데 아무리 당겨도 안 찢어지고. 시원하고. 예전엔 이런거 생각도 못했어요. 옷감이 이렇게나 부드러우려면 소를 몇마리 팔아야 했는지 몰라요. 아, 물론 난 대충 실 자아내서 입기도 하긴 했지만."


  후훗. 거미는 웃었다. 


  "예전엔 아무런 어려움 없이 입었던 옷들이,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다시 입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불편한 옷들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죠. 봐요. 나도 시간에 따라 이렇게 바뀌었어요. 하물며 내 마음이야 어떤 모양으로 바뀌었을지 어떻게 알겠어요. 우린 모두 마음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말하는데."


  거미는 두 팔씩 깍지를 끼고는 기지개를 켜듯 뻗었다. 한 쌍의 손이 남자 쪽으로 향했다. 남자는 가만히 지켜보다가 자신도 팔을 뻗었다.

  거미의 손바닥과 남자의 손바닥이 맞닿았다. 거미도 남자도 서로를 밀어내며 낄낄 웃어댔다.

  그런 장난을 치다가 문득 들은, 남자의 한가지 생각.


  "그런데 그거, 조금 다르지 않아요?"

  "네?"


  남자의 목소리에 거미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썹이 무척 짙었다. 


  "여기가 별로 안 좋아졌다는 이유가, 그 옛날 예뻤던 밤하늘이 보이지 않게 되어서라면, 사실은 과거에도 지금도 여전히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을 좋아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잖아요."

  "…그렇게 되나요."


  얼떨결에 거미는 인정하고 말았다.


  "옷들도 아직 길게 입고 있고요. 맨 살을 드러내는 것은 창피한 일이니까."

  "…."

  "안 바뀐것도 꽤 많은 것 같은데요."

  "말 꼬리는. 내가 '거미였을 때'에도 그 말이 통한다면 인정해 드리죠."


  홱, 거미는 손을 걷어갔다. 남자는 어리둥절해 하며 손을 상에 얹었다.


  "무슨 말이에요?"

  "그런 거, 진작에 생각했었어요, 오래 전부터. 그때도 별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고 있죠. 옷을 길게 입는 이유도 그대가 말한 대로고요. 하지만 그 때문에 내가 '바뀌지 않았다'고 말하려면, 내가 '거미의 신체'로 있었을 때에도 적용 되야 한다는 거에요."

  "거미였을 땐 별 안 좋아했나?"

  "…별은 작았을 때부터 좋아했어요."


  뭐야, 남자는 저도 모르게 내뱉었다.


  "옷은 입을 수 없잖아요! 당연히 노출에 대한 개념도 없었고요. 그건 내가 이 소녀가 되었을 때 인식하기 시작한 거에요. 봐요. 이렇게 보면 또 바뀐거 맞지 않나요? 생각과 마음은 언제나 바뀌고 있었어요."


  거미가 괜스레 목소리를 높였다. 남자는 잠시 거미만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 있네, 그의 한마디였다. 뒷 맛이 싱거웠는지 거미는 헛기침으로 분위기를 마무리 지었다. 남자는 손을 들며 말했다.


  "뭐 그럼, 반만 변했다는 걸로 하죠. 변한게 있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고, 그렇다고 변하지 않은 것도 여전히 있었다는 걸로."

  "어중간하게 마무리 하면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하는건 아니죠? 그보다 그건 아까 전부터 정리 된건 줄 알았는데요? 요점 정리 해 줄까요?"


  거미가 웃었다. 남자는 '아 그런가.'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재밌는 남자가 이사 와서 다행이다 싶었다.

  바깥은 여전히 자동차 엔진 소리로 시끄러웠다.


  








  

  ◇




  "뭐 아무튼."

  "네?"


  잡지를 빌려 읽다가, 남자가 말을 거는 것을 듣고는 고개를 들었다. 그는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냉장고에 기대고 있던 거미가 그를 올려다 보았다.


  "아, 다른 건 아니고, 그…, 마음이 변하기 때문에 다 알수 없다고 말은 하지만, 계속 알아갈 수 있다고 말하는 쪽이 더 희망적이고 좋지 않나 싶어서요."


  그는 말했다. 마음이 변하기 때문에 '예쁨'을 찾을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알아갈 수 있기 때문에 '예쁨' 또한 찾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게요, 거미는 호응했다.


  그런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거미는 그가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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