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로(Gyro) - 6_2

2012. 4. 6.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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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맙폰-예전엔 핸드폰으로 불렀지만-의 경우는, 자체적으로 AI를 슬리핑 시켜두는 기능이 있다. 이 기능을 사용하면 나노바이러사이의 공격을 피할 수 있다고 한다. 좀 더 강력한 녀석이 아니라면 안심할 수 있대. 응. 강력한 녀석이 아니길 바라..

 스맙폰은 연락을 위해서 일부러 캡슐에 넣지 않았다. 일단 밖에 계시는 어머니 아버지께도 전화해서 상황을 알려 드렸고, AI들을 피신 시키는 무척이나 착한 일을 했으니 케이크 꺼내 먹어도 되냐고 여쭈어보았다. 그러나 냉장고에 부착된 AI를 떼어놓는걸 깜빡하지는 않았냐는 질문에 나는 입이 턱 막혔고, 그렇게 케이크는 보류 되었다. 으허엉. 냉장고 AI 떼러 가야지..


 +

 조용한 집. 거실도, 현관도, 안방도, 그리고 내가 바닥에 앉아 있는 이 방도 조용했다. 비행기가 지나가는 소리가 크게 울려왔다. 구름을 만들어가는 비행기. 방에 불도 켜 두지 않아 오로지 태양빛만이 이 방 안에 한가득. 창문만큼 잘라져 들어오는지라 바닥은 정사각형이 6개 빛나고 있다.

 어두운 집 안. 뜨거운 바깥 공기. 창문 너머를 바라보는 나. 
 어째서일까. 초조하다.



+

 물론 내 성격상, 오랫동안 고민 하질 못한다. 덕분에 금새 잠이 들었지. 미인은 잠 꾸 러 기 ☆
 살이나 안 찌면 좋겠다.

 아.. 케이크 먹고 싶..다..



 이윽고,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인간은 알아들을 수 없는 페러독스가 도시를 울렸다.



 +

 다음날.
 눈을 비비며 원래 자리로 돌아간 AI들의 안녕을 다시 확인 하고는 냉장고에서 꺼낸 케이크를 한 입 먹으며 소파쪽으로 걸어갔다. TV가 인사하길래 

 "너도 살아서 다행이야."

 라고 대답해 주었다. TV는 AI가 내장이 되어 있어서, 자체적 슬리핑으로 대신 피할 수 있었다. 그치만 왠지 오래 못 갈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아니 그냥 그런 기분이 든다고. 그치만 걱정 말거라, TV여. 넌 나의 친구야. 

 아빠가 내 케이크를 한 입 뺏어 드시려는 것 같아 소파에 앉지 말까 고민하였지만, 그런 고민이 마무리 되기도 전에 TV에선 귀에 꽤나 자극적인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타이틀 자막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와일레비 롯츠 최고 주주 집 안드로이드형 메이드 - 274대 전원 폐기 처분]

 그 자막이 짜증나게 이해가 안가고 있을 때 스맙폰이 울렸다.
 뮤시요에게서 온 전화였다. 이상하게 긴장되는 손이 화면을 터치하자, 앞머리가 눈을 전부 가려질 정도로 고개를 푹 숙인 뮤시요가 나타났다. 
 뮤시요가 억지로 짜내면서 말했다.

 "보르졸이.."

 어제처럼 조용히 비행기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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