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1

2012. 4. 6.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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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야."


차가운 공기는 진작부터 서성이던 어느 12월. 소녀 G는 또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려 했다. 나는 말했다.


"달력상 진작부터 겨울이었어."

"하지만 눈이 안내렸잖아. 눈이 내려야 진정한 겨울이라 할 수 있는거야."


나무의 머리가 새하얗게 변하고, 길에 쌓이던 눈은 사람들이 밟고 다니는 탓에 미끄럽게 눌려버려 총총걸음을 걷게 만드는 장본인이 되어버린 현실이 비로소 겨울이라고 말하는 그녀. 같은 하늘 아래 같은 잉어빵을 먹으면서 같은 공기 속에서 같은 정면 분수대만 바라보던 우리는 그렇게 생각도 같아져 가고 있었다.


"그렇군. 눈이 있어야 겨울이군."

"응."

"그럼 봄은?"

"봄은.. 대학 등록금 고지서?"

"...너무 현실적이라서 슬픈데.."


그리고 이쯤에서 생각이 나뉘어 지는군.


시린 공기가 폐 속으로 시원하게 들어올 때 느껴지는 왠지 모를 청량감은 다른 어느 계절에서도 느낄 수 없는 것이긴 하다. 그러나, 달력상으로는 진작에 겨울이었는데, 어째서인지 눈이 온 다음날인 '지금'에 이르러서야 그 느낌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아. 

이게 겨울인가?


"공기가 청량해."

"..나도 그 생각 하고 있었어!"

"오오!! 짱인데!"

"오오!! 통해버렸다!!"


소녀도 같은 생각이었고, 그래서 신기했던지라 나도 모르게 동감의 말을 던졌다. 서로를 바라보며 신기한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서로 감탄한다.

귀와 코 끝이 연하게 빨개진 소녀가 다시 하늘을 보며 겨울 공기같은 미소를 짓는다. 옆에서 바라보던 나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지는걸 느꼈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잉어빵을 하나 더 꺼내려고 종이봉투에 손을 넣었다.


소녀는 내 손등을 툭 때렸다.


"하나 내꺼야. 먹지 마."

"아오..."



[다리 - 겨울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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