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1

2012. 4. 6.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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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말했다.


"마음을 다 한다면 산도 움직일 수 있고 바다도 말릴 수 있대."


꽤나 서늘해진 가을이다. 아니, 가을도 이제 옷단장을 다 한건지 슬슬 떠나려 하는 것 같다. 그런 낙엽진 길을 걷는 나와 소녀는 조용히 그것들을 밟아 나아갔다.

소녀가 말했다.


"그러니까, 뭐든지 할 수 있다 생각하면 되는거야."

"그렇구먼. 아.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겠네."


난 고개를 끄덕였고 소녀도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말에 자신이 납득 한 것일까.

내가 말했다.


"그럼, 마음을 다 해서 산을 움직일 수 있으면…, 다른 일은 무척 쉽겠네?"

"하나를 알면 둘을 깨닫는구나."


소녀가 만족스러운 듯이 웃었다. 발걸음이 가벼워진건지 점점 빨리 걷기 시작한다.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마음을 다하면──"


하늘은 새 파랗고 구름도 없다. 앙상한 가로수 아래 거의 날아다닐 듯 걷는 소녀의 손을 낚아채고는 바로 내 옆에 새웠다. 소녀가 눈이 동그래졌지만, 평소의 성격상 역시 아무런 말이 없다.


뭐랄까, 귀여운 망아지를 겨우겨우 길들인 기분이다.

마음을 다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말이 방금 증명되었다.



- [G, M과 가을하늘 아래 산책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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