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2

2011. 12. 22.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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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게 좋은걸까..."

나는 소녀에게 물었다. 이따금씩 시원한 바람이 덩어리째로 불어와 머리를 흩날렸다. 감흥도 없던 오뎅국물이 생각나는 계절이 다가온 건 꽤나 전부터인데, 새삼 다시 느끼게 되는건 아이러니 하다.

"무슨 소리야?" 

소녀가 다시 물었다. 나는 그녀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아까 들렀던 악기점에 일렉 기타 말이야. 하나 사고 싶은데 뭘 고를까 싶어서."
"애도 아니고. 사고나서 흥미 떨어져서 금방 구석에 쳐넣는거 아냐?"
"비싸서라도 그렇게는 안할걸.."

우물우물 붕어빵을 씹으며 나는 중얼거렸다. 확신있게 대답하지 못한 건, 우리집에 이미 비싸지만 먼지가 쌓여가고 있는 전기 오븐이 있기 때문이다. 난 이미 전과가 있는게야. 어쩌지.

"...뭐.."

나는 말했다.

"됐어. 괜찮아."
"뭐가?"
"일렉기타 말이야. 괜찮아."
"문맥이 기묘한데.. 뭐가 괜찮냐고."
"딱히 안 사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아니, 실은 못사니까. 돈이 없거든."

그러자 소녀가 질렸다는 듯이 한숨.

"정말 필요도 없는 고민이었구나."
"붕어빵 맛있네."


오늘도 하루가 평소처럼 흘러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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