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1

2011. 7. 9. 02:34
반응형

 그다지 아팠던 건 아니고, 그냥 뭐, 가끔씩은 집에 있고 싶어질 때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관계성으로, 나라는 사람은 이렇게 집에서 편하게 쉬었던 것이다... 라고 이야기 하고 싶었다. 그렇지만서도, G의 눈빛은 마치 사달라는 것을 사 주지 않은 탓에 삐쳐버린 어린아이들의 곁눈질 같이 뾰루퉁해 있었다. 아니, 조금 더 정리해서 잘 이야기 해 보자면, 뜻하고자 했던 어떤 일을 계획이나 하고 있었던 어린 아이가 하나 있는데, 안타깝게도 이 아이는 어느 한 어른의 이기적인 무언가 때문에 피해를 입은 탓에, 그 어른에 대하여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모습을 얼굴과 어깨와 다리와 눈빛으로 온갖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지금 이 상태 그대로를 설명한 것이다. 어느것도 아니고, 그대로.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이 아가씨가 도대체 뭣 때문에 화가 났는지에 대하여는 도저히 감이 오는 것이 없다. 짐작? 그게 뭐야. 단서라도 있어야 짐작을 하지. 

 "왜.. 화가 났나요?"

 내가 물었다. 그러나 소녀는 여전히 부풀린 화를 억누르는 듯 볼을 부풀리고 있다. 키가 작은 탓에 아래에서 위로 눈을 마주쳐오는 소녀. 눈은 반짝이고, 머리카락은 흩날리고. 붉은 노을에 반사되어 꽤나 아름다운 머리카락이군요? 그치만 여전히 화가 난 이유따위 알 리 없다. 눈을 보고 심리를 읽어볼까? 초능력을 써서 마음을 들여다 봐 볼까? 보통 인간에게선 일어날 수도, 할 수도 없는 일이다. 뭐냐, 뭐가 문제인 건데. 확실히 얘기해 보거라. 네가 어린 애는 아니잖아? 주장 해 보라 이거야.

 "...늦어.."

 기여코, 쥐어 짜는 듯한 어렵고 힘겨운 목소리가 맴맴 우는 어느 여름 오후 노을 아래에서 들려왔다. 뒷말이 더 남아있을 듯 한데 말이다.

 "...뭐?"
 "..너무.. 늦은거 아냐..?"

 시선은 저 아래로. 자신의 발 끝을 바라보며 우물우물거리는 목소리에서 나에대한 이야기를 한 것 같은 소녀 G의 얼굴. 묘한 시선 처리와 노을에 빛나는 머릿결 덕에 환상적으로 삐쳐 보인다. 아름다울 정도로. 미치겠네. 눈가가 반짝이고 있다. 이윽고 무언가가 마음을 뭉클거리게 만들겠지. 하지만 참아줘. 난 아직 내가 무엇에 늦었는지도 잘 듣지 못했으니까.

 "뭐가 늦었는데."
 "..하루나 걸렸어. 만나는데 하루나 걸렸잖아!"
 "그게 뭐가 어쨌는데."
 "어제는 왜 안 나왔어? 어제 나는 왜 M을 볼 수 없었던 거야?!!"
 "그야, 난 어제 집에서 줄곧ㅡ"
 
 ㅡ있었으니까. 대답은 그리 되겠다. 하지만 그게 뭐 어쨌다는거야? 이야기의 진행을 보면, 아무래도 이 소녀는 내가 어제 나타나지 않은 이유로 화를 내고 있는 듯 하다. 그게 문제가 되는 것 같다. 어제 나타나 나를 볼 수 없었던 것-그것이 어린 아이가 칭얼거리는 이유였다.

 도통 나아질 것 같지 않은 표정. 이를 어찌한다. 나는 아직까지도 이 상황을 파악하고 있지 못한 상태. 소녀여. 조금 더 잘 생각하고 잘 이야기 해 봐줘.

 
반응형
LIST

'문[文] > [다리-TN]' 카테고리의 다른 글

34-1  (0) 2012.04.06
48-2  (1) 2011.12.22
28-2  (0) 2011.03.26
28-1  (0) 2011.03.26

BELATED ARTICLES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