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2011. 2. 24.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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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을 아프게 하는 곳. 그녀는 그곳을 그리 불렀다. 하염없이 의욕 없는 눈빛만으로는 소녀의 생각을 단 10%도 읽을 수 없다는걸 잘 알고 있는 나는 일단 분위기의 흐름에 따라 물어보리고 했다.

 "아프게 한다니?"
 "무척 위험한 곳이야, 거긴."

 시선을 아래로 꽂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녀의 손엔 어느새 다 먹고 앙상하게 남아있는 나무 막대기만 들려있었다. 나는 그 막대기를 받아서 가지고 있던 봉지에 담았다. 하지만 그러면서 소녀가 이을 다음 말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그녀의 입술쪽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소녀가 말했다.

 "...아니, 사실 사람만 아프게 하는 곳이라고 할 수는 없어. 그래. 거긴 땅을 아프게 해."
 "땅을?"
 "그것도 암덩어리처럼."

 진지한 말과, 미소가 걸려 있지 않은 얼굴이 그녀의 어두운 표정과 너무도 잘 어울려 난 그저 가만히 들을 수 밖에 없었다. 
 소녀가 말했다.

 "사람들은 편리함을 위해 물건을 만들고 제도를 만들어. 사람이 사는 좋고 편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실제로 세계는 점점 더 편해져 가고 있지. 이제는 손바닥 만한 기계로 외국 사람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또 금속으로 하늘과 우주를 날아다니기도 해. 이런게 문명이고 이런게 발전이지. 그치만 그만큼 지구는 깎여가고 잘려가고 아파. 숨막혀. 이 이상의 편리함 만큼, 이 이상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어. 자연은 그래."

 오랜 고뇌에서 얻은 대답들을 말 하듯 소녀는 다소곳하고 조용히 말을 이어가다가 잠시 눈을 감고는 숨을 크게 들이켰다. 이내 한번 내 쉬고는 이내 어깨를 늘어뜨렸다.

 "물론 이런 말 해 봤자 아무도 이해해 주지 않아. 좋은 말이라는건 알아도, 그때 뿐이거든."

 고개를 젓는 소녀. 단념한 듯한 말투. 오늘의 소녀의 말은 이것으로 끝이 났다.

 그 후로 한참 더 앉아 있었다. 소녀가 복잡한 표정을 짓지 않을 때까지 옆에서 줄곧 어색하게 있었다. 뭐라고 말 하면 좋을까, 와 같은 걱정이나 하고 있으면서 말이지. 하지만 정작 먼저 일어난 것은 소녀였고, 손을 크게 두번 흔들며 인사 하고는 그대로 어딘가로 달려갔다. 
 사 둔 물건들이 뜨거운 공기에 너무 오랫동안 있었던 것 같아 어서 집으로 가져가기로 했다. 스읍 하고 숨을 빨아올린 나는 그대로 낑낑 거리며 짐을 들고 집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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